고려 현종의 비밀
2023/11/01
고려 현종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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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 이래 고려, 조선에 이르기까지 왕좌에 앉은 사람들은 176명이다. 가야나 고조선, 기타 왕을 칭한 사람들까지 치면 훨씬 더 많을 것이다. 그럼 우리 역사에 즐비한 이 ‘왕’들 가운데 가장 극심한 고생을 한 왕, 즉 바닥을 박박 긴 정도가 아니라 바닥을 뚫고 들어가 본 경험을 한 왕이라면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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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 이래 고려, 조선에 이르기까지 왕좌에 앉은 사람들은 176명이다. 가야나 고조선, 기타 왕을 칭한 사람들까지 치면 훨씬 더 많을 것이다. 그럼 우리 역사에 즐비한 이 ‘왕’들 가운데 가장 극심한 고생을 한 왕, 즉 바닥을 박박 긴 정도가 아니라 바닥을 뚫고 들어가 본 경험을 한 왕이라면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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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뜻 왕위 다툼에서 밀려나 소금장수로 신분을 숨기고 살다가 도둑으로 몰려 곤욕을 치르기도 했던 고구려 미천왕일 수도 있겠고 몽골에 항복하러 가는 길만 수천 리 장정이었던 고려 원종도 만만치 않다. 임진왜란의 참화를 겪으며 국토 끝까지 도망갔던 조선 선조나 남한산성에서 오들오들 떨다가 끝내 청 태종 앞에 머리를 박아야 했던 조선 인조도 빼놓을 수 없겠다. 하지만 고려의 8대 왕 현종(992~1031)의 인생 역정 역시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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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정식 결혼한 부부 사이의 아들이 아니었다. 즉 사생아였다. 아버지는 왕건의 여덟 번째 아들 왕욱이고, 어머니는 5대 임금인 경종의 후비였던 헌정왕후였다. 왕욱과 헌정왕후는 삼촌·조카 사이였다. 이런 근친혼 자체는 고려 초까지 흔했던지라 문제가 될 것은 없었지만 어머니가 왕비, 즉 비록 죽은 왕의 부인이라지만 왕비로서 다른 남자와 눈맞아 낳은 아들이 떳떳하기는 어려웠다.
불행은 계속 이어졌다. 부모는 모두 일찍 세상을 떠나 천애고아가 됐을 뿐 아니라 자기 애인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사생아를 왕위에 올리고자 혈안이 된 천추태후가 집요하게 목숨을 노렸다. 강조 장군이 정변을 일으켜 천추태후의 아들 목종 임금을 몰아낸 뒤에야 비운의 사생아 왕순은 고려 8대 임금 현종으로 즉위할 수 있었다. 이때 현종의 나이는 18세였다. 참으로 각박한 유년 시절을 보낸 셈이다.
그의 왕위는 불안했다. 무엇보다 사촌형이자 천추태후의 마수로부터 현종을 여러 번 구해주기도 했던 목종 임금이 강조의 손에 죽음을 당했다. 그러자 민심은 크게 흔들...
사학과는 나왔지만 역사 공부 깊이는 안한 하지만 역사 이야기 좋아하고 어줍잖은 글 쓰기 좋아하는 50대 직장인입니다.
@최성욱 꼭이요
@로즈 밀러 감사합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지니
이번에 최수종 사극 복귀작에서는 강감찬, 현종 말고 양규도 잘 다뤄주었으면 좋겠어요.
@최성욱 꼭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