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대지진으로 완벽하게 폐허가 되어 버린 서울에서, 유일하게 무너지지 않고 살아남은 가상의 ‘황궁’ 아파트와 아파트 주민, 이 아파트로 모여드는 다른 생존자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극중 시점은 겨울. 강추위가 덮쳐 외부인이 이 아파트를 찾아오고, 아파트가 점차 포화상태로 치닫자 외부인을 차단하고 배타적인 주민 공동체가 만들어진다. 황궁 아파트는 파괴된 세상에서 유일한 아파트이자 과거 문법으로 가장 좋은 ‘아파트’가 된다. 대재앙과 함께 도래한 종말의 시대에 그곳은 노아의 방주이자 ‘콘크리트 유토피아’이다. 굳이 구분하자면 노아의 방주는 계획한 것이었지만 황궁 아파트는 우연한 ‘축복’이다. 결말을 보면 ‘콘크리트 유토피아’라는 제목은 맞아들어간다. 유토피아라는 게 존재하지 않는 곳을 뜻하니 말이다.
재난영화인가?
재난과 함께 시작하기에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얼핏 재난영화처럼 느껴진다. 재난영화 하면 <샌 안드레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