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평: 콘크리트 유토피아] 상투적 휴머니즘이 아쉬운 유토피아

안치용 인증된 계정 · 작가, 영화평론가, ESG 담당 교수
2023/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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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 안드레아스 단층에서 실족한 리바이어던이 [안치용의 영화리뷰(영화평)] 콘크리트 유토피아

*영화의 결말을 알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대지진으로 완벽하게 폐허가 되어 버린 서울에서, 유일하게 무너지지 않고 살아남은 가상의 ‘황궁’ 아파트와 아파트 주민, 이 아파트로 모여드는 다른 생존자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극중 시점은 겨울. 강추위가 덮쳐 외부인이 이 아파트를 찾아오고, 아파트가 점차 포화상태로 치닫자 외부인을 차단하고 배타적인 주민 공동체가 만들어진다. 황궁 아파트는 파괴된 세상에서 유일한 아파트이자 과거 문법으로 가장 좋은 ‘아파트’가 된다. 대재앙과 함께 도래한 종말의 시대에 그곳은 노아의 방주이자 ‘콘크리트 유토피아’이다. 굳이 구분하자면 노아의 방주는 계획한 것이었지만 황궁 아파트는 우연한 ‘축복’이다. 결말을 보면 ‘콘크리트 유토피아’라는 제목은 맞아들어간다. 유토피아라는 게 존재하지 않는 곳을 뜻하니 말이다. 만인 대 만인이 투쟁하는 가운데 불가피하게 개인의 폭력을 흔히 공권력이라고 하는 리바이어던에 양도한다는 토마스 홉스의 사상을 단순화하면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된다. 미증유의 재난에서 피어난 인간애가 보통 재난영화의 핵심이라면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사회사상을 우화로 표현한다. 영화에서 나오는 재난은 대체로 미증유이다. 한눈에 들어오는 리바이어던 모델을 조금 더 우화적으로, 또 재난을 리얼하게 그리는 데 덜 집착하며 극을 파고들었으면 재미가 있으면서도 꽤 심오한 영화가 되었을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콘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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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연구소장으로 (사)ESG코리아 철학대표, 청년협동조합지속가능바람 이사장으로 활동한다. 한국영화평론가협회ㆍ국제영화비평가연맹 회원이고, 부산국제영화제 심사위원을 지냈다. 약 40권의 저역서가 있다. 아주대 융합ESG학과 특임교수. 전 경향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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