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3: 고요한 기억
제주 4·3의 기억은 1947년과 1954년 사이 일어난 항쟁과 참혹한 폭력의 기억이기도 하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피해자와 유족들이 살아온 기나긴 침묵과 싸움의 기억이기도 하다. 오랜 시간 고요한 상태로 있어야만 했던 이들 기억 이면의 내밀한 이야기를 담았다.
최종 업데이트
2022/08/17
기억은 현재가 불러낸 과거다. 과거에 무슨 일이 일어났든, 그것에 부여하는 의미는 현재에 있다. 우리는 과거를 폭넓고 자세하게 기억하기도 하고, 조각나고 흐릿한 형태로 기억하기도 하며, 때로는 실제와 어딘가 다르거나 아예 일어나지 않은 것을 기억하기도 한다. 기억을 결정하는 것은 과거보다도 오히려 현재인 셈이다. 우리가 특정한 과거를 어떻게 기억하는지는 그 과거보다도 현재, 지금 여기 있는 우리에 대한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제주 4·3을 '공산주의자들의 폭동'으로 규정한 군부 정권들의 영향으로 4·3 당사자들의 기억은 오랫동안 수면 밑에 가라앉아 있었다. 민주화운동과 진상규명 운동을 거치며 우리 사회가 제주 4·3 사건을 공권력에 의한 학살로 기억하게 된 것은 생각보다 오래된 일이 아니다. 이것으로 4·3이라는 기억이 완성된 것 역시 아니다. 4·3 정명(제 이름 찾기) 운동은 공권력에 의한 학살에 초점을 맞춘 기존의 논의가 통일 정부와 친일 청산을 추구한 '민중항쟁'으로서의 4·3을 지운다고 비판하며, 주체적인 움직임으로 4·3을 기억할 것을 주장한다. 서로 다른 기억들의 투쟁은 서로 다른 입장들로 구성된 현재를 보여준다.
한편 기억을 구성하는 것은 현재와 과거 두 시점만은 아니다. 제주 4·3의 기억은 1947년과 1954년 사이 일어난 항쟁과 참혹한 폭력의 기억이기도 하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피해자와 유족들이 살아온 기나긴 침묵과 싸움의 기억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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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기억되었으나 기록되지 못한 이름 by 고성민 (4.3 다큐 '숙자'의 손녀)
할머니는 제주 4.3 당시 9살이었다. 아버지는 정치 깡패에게 끌려가고, 막내 동생은 홍역을 앓다가 죽었다. 할머니는 살기 위해 홀로 우도로 떠났다. 이 이야기는 4.3을 겪은 강숙자 할머니의 이야기다. 그 손녀가 쓴 기록이다.
2. 동백의 역사 by 최태현 alookso 에디터
74년 전 벌어진 제주 4.3은 그대로인데, 그 기억은 계속 바뀌었다. 비극이 있은지 50년이 지나서야 정부는 처음 사과했다. 최근에야 4.3 희생자에게 배상과 보상이 이뤄지기 시작했다. 74년의 기억을 정리한 글이다.
3. ‘제주 4·3’ 너의 이름은. by 김주원 alookso 에디터
교과서에는 당시 사회가 합의한 역사를 담는다. alookso는 지난 74년 치 역사 교과서를 전수 조사해 4.3의 서술 변천사를 분석했다. 그 속에 국가가 4.3을 어떻게 다뤘는지 담겨있다.
4. 파친코는 우리 집에서 늘 듣던 얘기였다. by 김경용
파친코는 이민자의 이야기다. 일제강점기 때 일본으로 넘어간 재일동포 '자이니치'의 굴곡진 삶을 보여준다. 김경용 씨는 파친코를 보며 어릴 적 들었던 이야기를 떠올렸다. 그는 유독 일본에 사는 친척이 많은 이유를 뒤늦게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