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씨름'이 이렇게 감동적일 줄 몰랐습니다
2023/08/30
어느새 매주 챙겨보는 유일한 예능이 SBS <골때리는 그녀들>(이하 골때녀)이 됐다. 3년 전이었나. 명절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편성된 2부작을 우연찮게 보고선 '이건 뜬다'란 직감이 왔다. 국내외로 여자 축구 붐이 일은지 오래라지만 연예인 여성들이 풋살에 진심을 다하고 그걸 예능식 편집으로 잡아낸 형식이 예사로워 보이지 않았다.
이후 선수들 간 실력 차가 뚜렷했던 1시즌은 쉬이 즐기기 어려웠지만 이후 선수들의 실력이 조금씩 성장하거나 군계일학인 에이스들의 활약을 보는 맛이 상상 이상이었다. 개인적으로 응원하는 팀이 생길 정도였고, 시청자들도 마찬가지인 듯싶었다. 올해 들어 시청자들을 직접 초대한 올스타전에 쏟아진 열광을 보면 말이다. 그렇게 '골때녀'는 여성 스포츠 예능의 선두주자로 안착했다.
결국 여성 성장 서사에 방점이 찍힌다. 개개인의 노력은 기본이지만 낯선 스포츠의 세계에 발을 내디딘 여성들이 어떻게 실력을 키워가고 성장해 나가느냐를 끈기 있게 조명하는 것. 그 진심이 카메라 너머 시청자들에게 전달될 때 젠더의 차이는 한낱 성별의 차이로 전락한다는 사실을 많은 이들이 체감하고 공감하는 시대다. 부지불식간에 혹은 어느 순간 진지하게 '스포츠에 진심'이 된 이들의 땀과 눈물을 마주하는 일은 언제나 감동적이니까.
우연하게도, 명절에 본 TV가 화근(?)이 됐다고 했다. 연출과는 동떨어진 영화 일을 하던 박재민 감독은 명절에 홀로 브라운관을 통해 마주한 여자 씨름 선수들의 모습이 어딘가 낯선 데 멋있어서 더 호기심과 궁금증을 자아냈다고 한다. 그 길로 다큐멘터리 제작 수업을 들으며 칼을 갈고 닦았다. 여자 씨름 선수들을 직접 카메라에 담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7년이 흘렀다. 제27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이어 최근 제25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 연이어 선보인 다큐멘터리 <모래바람>이 관객들을 찾아 왔다. '콜텍' 출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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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FLIM2.0, 무비스트, 오마이뉴스, korean Cinema Today 기자, 영화 <재꽃> 시나리오,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