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사직'을 선택하고 싶습니다
2022/10/06
안녕하세요. 오늘의 에디터 Zoe입니다.
여러분, 다들 ‘안녕’하신가요? 저는 요새 퍽 안녕하지 못한 것 같아요. 오늘은 제가 최근 생각중인 ‘번아웃’이라는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가보려고 합니다. 어거스트에서 이런 이야기를 쓰는게 맞을지 고민도 됐는데요. 다른 어떤 산업보다도 변화에 빠르게 적응해야 하고, 남들보다 앞서 나가야 하는게 ‘미덕’인 미디어 관련 산업에 종사하실 여러분께도 꼭 한번쯤 들려드리고 싶은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에게는 모두 쉬는 시간이 필요하니까요.
🤐 '조용한 사직', 들어봤나요?
틱톡을 많이 사용하는 분이라면 최근 ‘Quiet quitting’과 관련된 영상들이 많이 올라오는 트렌드에 대해 한번쯤 들어보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한국어로는 ‘조용한 사직’이라고 번역되는 ‘Quiet quitting’은 미국에서 새로운 라이프스타일로 유명세를 얻고 있어요. ‘조용하게 직장을 그만둔다’는 의미를 가진 이 단어는 실제로 직장을 그만둔다는 뜻이 아니라, 정해진 시간과 업무 범위 안에서만 최소한으로 일하고 초과근무를 거부하는 노동 방식을 의미합니다.
‘조용한 사직’ 트렌드는 뉴욕에 거주하는 엔지니어(자이드펠린 @Zaidleppelin)가 틱톡에 짧은 영상을 올리면서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자이드펠린은 본인의 틱톡에 올린 영상을 통해 “일이 곧 삶이 아니며(Work is NOT your life), 당신의 가치는 당신의 성과로 결정되는 게 아니다(Your worth is not defined by your productive output)”고 말했죠. 자이드펠린이 7월에 이런 포스팅을 올린 이후, 구글 트렌드에 따르면 미국에서 ‘조용한 사직’을 검색한 비율이 급증하는 추이를 보였습니다.
사실 이런 개념이 새롭지는 않죠. 우리나라에서는 몇 년 전부터 ‘워라밸’을 중시하는 MZ세대에 대한 이야기들이 거론되기도 했고요. 일에 매몰되어 개인적인 삶을 잃어가는 태도를 경계하고, ‘더 잘 일하기 위해’ 삶과 일의 밸런스를 잡아야 한다는 주장들은 계속해서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하필 지금, 이 개념이 굳이 유행이 되고 있는 이유는 뭘까요?
미국의 많은 언론들은 ‘조용한 사직’의 원인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변화하고 있는 노동시장으로부터 찾고 있습니다. 팬데믹 초기에 해고 또는 사직한 노동자들이 완전히 은퇴해버리고 일터로 복귀하지 않거나, 높은 실업수당을 받으며 안주해버리는 통에 남은 직원들은 심각한 양의 초과근무에 시달리고 있는 거죠. 더군다나 인플레이션까지 겹쳐 사실상의 임금 하락까지 겪고 있는 상황에서, 초과 근무까지 할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대표적으로 이런 이슈가 발생하고 있는 산업으로는 항공산업이 있습니다. 수많은 항공사와 공항들이 코로나19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고, 시스템 마비에 따른 많은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죠. 유럽에서 짐이 몇주째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는 SNS 포스팅, 주변에서 한번씩은 보신 적 있으실 겁니다. (저도 최근 유럽여행을 갔다가 공항직원의 실수로 캐리어를 분실할 뻔 했어요) 필요 인력은 정해져 있는데 일할 사람은 없고, 남아있는 직원들은 초과근무로 고통받으면서 업무는 마비되고 직원들의 피로감도 나날이 늘어가고 있는 실정이에요.
미디어 산업을 통해 세상을 읽습니다.
휘발되지 않는 인사이트를 담아 매주 2회 화요일과 목요일 오전에 찾아 뵙겠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최근 조용한 사직 관련 글들을 얼룩소에서 자주 접했는데, 다시 한 번 정리해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일의 의미, 함께 하는 사람들과의 관계 또한 긴밀히 엮여 있는 요인으로 느껴지는데요. 어쩌면 이러한 것들이 통제감이나 자기효용감의 소스가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해보게 되네요..!
최근 저를 갈아 넣은 일을 마치고 나서 찾아온 가벼운 번아웃이 한달 남짓 떠나가질 않네요..ㅎㅎ 번아웃에 견디는 능력 또한 현대인의 필수 능력이라면, 그렇게 믿고 또 한 발자국 내딛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