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에게 존엄한 죽음을 보장하려면?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인증된 계정 · 다른 시각을 권하는 불편한 매거진
2024/08/05
  • 필리프 데캉 l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기자


윤리와 정치 사이에 놓인 생애 말기에 대한 논쟁

시민 자문기구 ‘생애 말기에 대한 시민 협약’이 ‘적극적 조력사’ 허용에 찬성하는 입장을 표명했다. 프랑스 의회는 올 가을까지 구체적인 법적 테두리를 마련할 예정이다. 이미 10여 개 국가에서는 ‘적극적 조력사’를 허용하는 법률이 존재한다. 하지만 법제화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공공의료 체계 보존 및 강화만이 진정한 환자의 선택권을 보장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사람을 보라>, 2021 - 제롬 보렐

“한 시간 전에 약을 먹었어. 자정이면 나는 이 세상에 없을 거야.”

나치 수용소 생존자인 79세 할머니 모드와 자살 시도가 취미인 청년 해롤드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해롤드와 모드(Harold and Maude)> 속 대사다. 해롤드는 모드로 인해 삶에 대한 의욕을 찾았지만 모드는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1971년, 할 애쉬비 감독은 캣 스티븐스의 노래가 흐르는 이 컬트무비를 통해 죽음을 선택할 자유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1974년, 프랑스 생화학자 자크 모노를 비롯한 3명의 노벨상 수상자는 “존엄하게 생을 마감할 권리 보장”을 촉구했다. 

이후 대부분의 선진국은 생애 말기 의료를 개선하는 법률을 채택해 고통을 완화 및 단축할 가능성을 도입했다. 많은 국가들이 법률 제정이나 판례를 통해 ‘소극적 조력사’를 합법화했다. 하지만 엄격한 조건이 충족될 경우 ‘적극적 조력사’ 역시 허용하는 국가는 10여 개에 불과하다(지도 참조). 인구 고령화, 극심한 고통을 유발하는 질병의 확대, 종교의 쇠퇴를 배경으로, 칠레, 뉴질랜드, 캐나다 퀘벡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단체, 의회, 법원에서는 활발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조력사 법제화의 선구자인 스위스는 1942년 이미 “이기적인 동기”가 없을 경우 “자살 조력”을 처벌하지 않는 형법을 채택했다. 21세기에 접어들자 스위스에서는 조력사 요청 건수가 크게 증가했다. 조력사로 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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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몽드 디플로마티크>는 르몽드의 대표적인 자매지로 약칭은 "르 디플로"입니다. 국제뉴스를 다루는 월간지로 30개 언어로 51개 국제판이 발행되고 있다. 조르조 아감벤, 아니 에르노, 알랭 바디우, 슬라보예 지젝, 피에르 부르디외 등 세계적 석학들이 즐겨 기고했으며, 국내에서는 한국어판이 2008년10월부터 발행되어 우리 사회에 비판적인 지적 담론의 장으로서 각광받고 있습니다. 노엄 촘스키는 <르몽드 디플로마티크>를 일컬어 "세계를 보는 창"이라고 불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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