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광에 눈이 먼 수리남의 권력자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인증된 계정 · 다른 시각을 권하는 불편한 매거진
2023/03/13
금, 마약 밀매 그리고 전쟁

수리남의 마약밀매를 다룬 넷플릭스 시리즈는 수리남 정부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가이아나와 프랑스령 기아나 사이에 위치한 이 작은 국가는 항상 언론의 관심 밖에 있었다. 그런데도 수리남의 금광은 오랫동안 다국적 기업들의 관심사였으며, 분쟁을 고조하기도 했다. 1986~1992년 전쟁으로 분열된 남미 국가, 수리남은 일어서려 애쓰고 있다.
<마로니>, 2015 - 크리스토퍼 진- 귀욤 마르티알

달처럼 황량한 풍경이다. 여기 말로 하면, 열대림은 ‘망가졌으며’ 곳곳에 구멍이 뚫린 백악질의 토양으로 변했다. 뙤약볕에 두건을 쓰고 긴 소매 옷, 짧은 가죽 바지를 입은 약 30명의 인부가 10m 깊이의 구덩이 속에서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그들은 파이프를 온 무게로 받치고 있고 파이프에서 강하게 솟아나온 물은 땅을 하얀 진흙으로 만들어버린다. 좀 더 멀리 떨어진 또 다른 구덩이에서 마침내 물이 고인다. 이상한 터키블루 색이었다. 전쟁이 아니었다면, 보케 A는 이곳에 있지 않았을 것이다. 아마존 열대우림 한복판에 있는 이 금 채굴장의 반장인 보케 A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마, 전기기사가 될 수도 있었겠죠.”

수리남 전쟁(1986~1992)이 일어난 1986년, 11세였던 그는 게릴라 병사가 돼 정부군과 맞서 싸웠다. 그는 가족과 함께 살던 마로니(Maroni) 강둑 마을에서 도망쳐 국경을 가르는 강 반대편에 있는 프랑스령 기아나의 난민수용소로 갔다. 수리남에 되돌아왔을 때는 학업 시기가 지나버렸다. 그런 그에게 금 채굴은 생계수단이었다. 그 지역의 다른 청년들도 마찬가지였다. 구덩이에서 하는 작업이 가장 고되고 위험하다. 채굴장 관리를 맡기기에 앞서 자기 눈으로 구덩이를 한 번도 보지 못한 투자자들도 있었을 것이다.

보케 A의 삶을 보면, 수리남은 1980년대에 머물러 있다. 네덜란드의 식민지였던 수리남은 남미에서 국토 면적이 가장 작으며, 인구는 60만 ...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님이 만드는
차별화된 콘텐츠, 지금 바로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르몽드 디플로마티크>는 르몽드의 대표적인 자매지로 약칭은 "르 디플로"입니다. 국제뉴스를 다루는 월간지로 30개 언어로 51개 국제판이 발행되고 있다. 조르조 아감벤, 아니 에르노, 알랭 바디우, 슬라보예 지젝, 피에르 부르디외 등 세계적 석학들이 즐겨 기고했으며, 국내에서는 한국어판이 2008년10월부터 발행되어 우리 사회에 비판적인 지적 담론의 장으로서 각광받고 있습니다. 노엄 촘스키는 <르몽드 디플로마티크>를 일컬어 "세계를 보는 창"이라고 불렀습니다.
212
팔로워 385
팔로잉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