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칸반도를 떠나는 대규모 엑소더스 물결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인증된 계정 · 다른 시각을 권하는 불편한 매거진
2023/06/08
  • 장아르노 데랑스, 로랑 제슬랭 | 언론인


유럽연합 가입 여부와 무관하게, 이 대륙의 남동부에 위치한 모든 나라들이 사상 초유의 인구 위기를 겪고 있다. 사망률을 앞지르는 출산율 감소는 물론, 대규모 인구 이탈도 심각한 문제다. 가장 대담하고 활동적인 세대가 대거 고국을 떠나면서 이들 나라들의 향후 경제 및 정치 전망에 어두운 먹구름이 끼고 있다.

1국 2체제로 분열된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세르비아계 자치령, 스릅스카 공화국. 스릅스카 공화국의 주요 도시 중 하나인 바냐루카 시 한복판에는 2017년 10월 17일 임시로 ‘통곡의 벽’이 설치됐다. 올가, 페타르, 마르코, 고란, 스베틀라나…. ‘통곡의 벽’ 위에는 불과 몇 시간 만에 수백 개 이름이 빼곡히 채워졌다. 행사 운영자인 슈테판 블라지치는 단체 ‘리스타트(다시 시작하라)’가 시민들에게 “더 나은 삶을 꿈꾸며 외국으로 떠난” 친지들의 이름을 통곡의 벽에 새겨줄 것을 호소했다고 설명했다. 27세의 젊은 청년 블라지치는 이미 외국으로 떠난 친구가 얼마나 많은지 이제는 셀 수도 없을 지경이라고 털어놓았다. “고학력자조차도 무슨 일이 됐든 다 고국을 떠날 마음이 돼 있다. 고국에서 400유로를 받고 일하느니 차라리 월 1,000유로를 받고 서구 국가 마트에서 허드렛일을 하는 편이 훨씬 더 낫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나라로는 독일, 오스트리아뿐 아니라, 슬로베니아도 손꼽힌다.

엑소더스 물결은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전역을 휩쓸었다. 25세의 파사 바라코비치는 보니스니아-헤르체고비나 연방에 속한 도시 투즐라에 살고 있다(‘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라는 국가는 두 지역, 즉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연방(이슬람-크로아티아계)과 스릅스카 공화국(세르비아계)으로 또다시 나뉜다.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연방 안에는 보스니아인과 크로아티아인이 다수 거주해 비공식적으로 보스니아-크로아티아 연방이라고도 불린다-역주). 오늘날 인구 이탈로 황폐해진 이 대규모 노동자 도시는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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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몽드 디플로마티크>는 르몽드의 대표적인 자매지로 약칭은 "르 디플로"입니다. 국제뉴스를 다루는 월간지로 30개 언어로 51개 국제판이 발행되고 있다. 조르조 아감벤, 아니 에르노, 알랭 바디우, 슬라보예 지젝, 피에르 부르디외 등 세계적 석학들이 즐겨 기고했으며, 국내에서는 한국어판이 2008년10월부터 발행되어 우리 사회에 비판적인 지적 담론의 장으로서 각광받고 있습니다. 노엄 촘스키는 <르몽드 디플로마티크>를 일컬어 "세계를 보는 창"이라고 불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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