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한 마르코스 가문의 귀환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인증된 계정 · 다른 시각을 권하는 불편한 매거진
2023/05/14
  •  프랑수아자비에 보네 l 지리학자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저울질하는 필리핀

2022년 5월 9일, 필리핀 국민 5,500만 명 이상이 투표소를 찾았다. 대통령과 부통령부터 시의원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정치인을 뽑기 위해서다. 대선 후보 10명, 부통령 후보 9명이 경합을 벌인 가운데 83%라는 기록적인 투표율을 보였다.
페르디난드 ‘봉봉’ 마르코스 주니어는 3,100만 표(득표율 약 60%)를 얻어, 강력한 대선 후보였던 마리아 ‘레니’ 로브레도 전 부통령(1,400만 표, 28%)을 누르고 압승을 거뒀다. 이번 승리는 두 가지 의미를 갖는다. 첫째, 2016년 부통령 선거에서 로브레도 후보에게 패배한 것에 대한 설욕이다. 둘째, 가문을 위한 설욕이다. 그의 아버지인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시니어가 축출된 지 36년 만에 마르코스 가문이 다시 권력을 잡은 것이다. 독재자였던 마르코스 시니어 전 대통령은 1986년 ‘EDSA 시민혁명’으로 축출된 이후 하와이 망명 중 1989년에 사망했다. 
그로부터 3년 후, 마르코스 일가는 필리핀으로 돌아와서 다시 정치에 뛰어들었다. 마르코스 주니어는 가문의 염원을 대표해서 지역구(일로코스노르테 주지사)와 전국구(상원의원, 하원의원)에 성공적으로 입성했다. 이후 가문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국가수반에 오르길 수차례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마르코스 가문은 1972~84년에 계엄령을 선포하고 인권침해, 고문, 실종, 공금횡령(최소 100억 유로)을 자행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마르코스 아들과 두테르테 딸의 동맹이 거둔 승리 

 
<마르코스와 그의 핏줄들>, 1985 - 파시타 아바드
이번 대선 출마가 불가했던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마르코스 일가와 가까운 사이지만, 정작 마르코스 주니어에 대해선 못마땅해 했다. 자신의 딸인 사라 두테르테가 그와 동맹을 맺을 때도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이름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그를 ‘나약한 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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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몽드 디플로마티크>는 르몽드의 대표적인 자매지로 약칭은 "르 디플로"입니다. 국제뉴스를 다루는 월간지로 30개 언어로 51개 국제판이 발행되고 있다. 조르조 아감벤, 아니 에르노, 알랭 바디우, 슬라보예 지젝, 피에르 부르디외 등 세계적 석학들이 즐겨 기고했으며, 국내에서는 한국어판이 2008년10월부터 발행되어 우리 사회에 비판적인 지적 담론의 장으로서 각광받고 있습니다. 노엄 촘스키는 <르몽드 디플로마티크>를 일컬어 "세계를 보는 창"이라고 불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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