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의 기쁨과 슬픔

조융 · 시인, 조융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2021/12/07

나는 작은 동네의 작은 학원에서 일하는 작은 강사다
직책은 부원장이지만 형식적인 직급일 뿐이며 아무런 권한도 아무런 혜택도 심지어 아무런 책임도 없다
명함도 있지만 누군가에게 나눠준 적은 손에 꼽는다
연말이 되면 생각이 많아진다
특히 나에게 배운 아이들이 수능을 볼 때, 대학에 합격할 때, 또는 불합격해서 재수할 때 마음이 복잡해진다
나에게 배우지 않았다면
나보다 더 훌륭한 사람에게 배웠다면
아마 더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미안함이 항상 맴돈다
물론 항상 최선을 다했음에도 마음이 그냥 그렇다
어떤 학생들과 어떤 부모님은 나를 그저 '도구'로 생각한다
맞는 말이다
자본주의 시장 속에서 나는 
그저 학생들이 시험을 잘 보게 해주는, 성적을 잘 유지하게 도와주는 상품에 불과하다 
보기 좋게 나를 포장하고 가급적 비싸게 팔리기를 기도해야 한다
원장님에겐 고정 수입을 벌어들이는 충실한 직원으로 
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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