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은 더 팔려야 한다

박순우(박현안)
박순우(박현안) · 쓰는 사람
2024/04/25
서점에서 잘 팔리는 책 중에 돈에 관한 책이 참 많다. 돈을 잘 모으는 법을 담은 책부터, 돈을 많이 번 사람이 쓴 책, 돈이 많은 사람들의 습관을 담은 책 등 그 종류도 퍽 다양하다. 무엇을 중시하는 사회인지가 서점가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고 해야 할까. 그렇다면 가난에 대한 책은 어떨까. 돈의 정 반대편에 놓인 것만 같은 가난이라는 키워드가 담긴 책은 얼마나 쓰이고 있고, 서점에서는 얼마나 팔리고 있을까.

요즘 들어 자꾸 ‘가난’과 관련된 책들을 손에 쥐게 된다. 은유 작가의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부터, 강지나 작가의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안온 작가의 <일인칭 가난>에 이르기까지.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과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는 인터뷰 책이다. 
은유 작가는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에서 언론에서 줄곧 납작하게 다뤄지는 특성화고 학생들과 현장실습생들의 부당한 현실과 처참한 희생의 전말을 책에 담았다. 강지나 작가는 25년 경력의 교사로 빈곤가정에서 자란 여덟 명의 아이들과 10여 년간 만남을 지속하며 묻고 바라본 이야기를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에 실었다.

<일인칭 가난> 안온 지음, 마티 출판

<일인칭 가난>은 좀 더 적극적이다. 앞의 두 책과 달리 인터뷰 형식이 아닌 당사자가 직접 목소리를 냈다. 제목 그대로 일인칭의 시점으로 가난을 통과한 이야기를 써내려 간 것이다. 저자는 20여 년 동안 기초생활수급자로 살아왔다. 멸균 우유, 주공아파트 등 가난을 상징하는 수많은 이름들을 거치며 어른이 되었다.

그가 겪은 가난은 불친절했다. 멸균 우유는 학교에서 공개적으로 번호를 불려 받아야 했고(얼마 전부터 배달 형태로 바뀌었다고 한다), 행정복지센터는 부모가 정말 장애가 있는지, 지급 받은 쌀을 진짜 본인이 먹었는지를 캐물었다. 가난을 공개하고 증명해야만 하는 것이다. 수급자에서 탈락하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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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 씁니다. 『아직도 글쓰기를 망설이는 당신에게』를 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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