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은행 사태는 벤처 캐피털 때문이다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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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20
By 엘리자베스 스피어스 (Elizabeth Spiers)
샘 휘트니 일러스트레이션 / 뉴욕 타임즈 (Piotr Marcinski, Grant Faint 게티 이미지)
나는 2016년에 뉴욕에서 브랜디드 콘텐츠를 전문으로 하는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 일을 시작했다. 당시 업계에서 펑크 밴드 같은 기업명이 유행했기 때문에, 나는 후회스럽게도 ‘Insurrection(반란, 폭동)’이라는 이름을 선택했다. 지난주, 우리 회사보다 더 심하게 촌스러운 유일한 이름이 탄생했다. 바로 클라이언트로서 내가 선택한 실리콘밸리은행(SVB)이다. SVB는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가장 화끈하게 파산한 은행이 되었다. (잠시 우리 회사 계좌에 접속할 수 없었지만 이젠 괜찮다. 잔고가 적어서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보증으로 충분히 보호되기 때문이다.)

SVB가 어떻게 이 사태를 자초했는지를 두고 할 말이 많다. 그들은 위험한 투자를 했고, 해명은 고사하고 불안을 조성하는 발표를 했다. 하지만 월요일 오전에 내 계좌 잔고를 새로고침 하면서 생각난 건 나 같은 스타트업들을 SVB로 몰아넣은 유명한 벤처 캐피털리스트(VC)들이다. SVB가 위험한 고객으로 넘쳐나게 된 이유가 바로 VC다. 문제가 생겼다는 소문이 퍼지자 당황해서 포트폴리오 회사들에게 도망가라고 조언한 것도 이들이었다. 그러자 모든 걸 다 무너뜨린 뱅크런(bank run, 예금자들이 한꺼번에 돈을 인출하는 사태)이 촉발됐다.

토요일, 알렉산더 토레네그라가 트위터를 통해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알려주었다. 그는 SVB에 두 회사의 예금 계좌와 개인 계좌까지 보유한 기업가다. “목요일 오전 9시: 주로 베이 지역에서 활동하는 200명 이상의 기술 기업 창업자들이 모인 한 채팅방에서 SVB에 대한 질문이 오가기 시작했다. 오전 10시: 안전을 위해 SVB에서 돈을 인출하라고 일부가 제안했다. 당장 인출한다고 해서 딱히 손해 볼 건 건 없었다.”

각자 탁월한 비전을 지녔다고 확신한 채 스스로를 패닉으로 몰아넣은 CEO 수백 명의 속삭임이 어떻게 통제 불능의 사태로 번질 수 있었는지 명확하게 보인다. 하지만 그 채팅방에서 일어난 일은 (놀라울 정도의 규모로 집단사고를 하는) VC의 기본적인 운영 방식의 연장선에서 발생한 것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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