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골이에요~!

원은지
원은지 인증된 계정 · 추적단불꽃
2023/11/03
📝 풋살, 인생 성장기는 매달 3일 발행됩니다.
alookso 유두호
‘입벌구’라는 말이 있다. ‘입만 벌리면 구라(거짓말)’이라는 뜻이다. 본인이 한 말을 지키지 못하는 건 내가 가장 싫어하는 행동이다. 내가 다른 사람에게 ‘입벌구’와 같은 행동을 했다? 상상만 해도 끔찍한 게 몸에 빈대가 기어다니는 것 같다. 다른 사람이 입벌구인 건 상관없다. 솔직히 남한테 무언가 기대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편이라…

지난 8월 말 모든 의욕이 다 꺾였던 친선 경기 후, 회사가 바빠져서 금요일마다 야근하기 일쑤였다. 추석 연휴에도 조금 일했다. 9월 한 달은 평일 내내 새로운 업무에 적응하고,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에 쪼들려 몸과 마음이 지쳤었다. 그런 상태인 주제에 토요일 오전 7시에 하는 풋살 훈련에 어떻게 간다고 자신 있게 ‘입벌구’ 짓을 했다. 우리 팀은 매일 금요일 저녁에 훈련 참여 인원을 파악하는데, 당당하게 ‘참석!’한다고 썼다. 무려 3주씩이나 그랬고, 3주 내내 못 갔다. 아니 안 갔다. 그 3주 동안 내게 토요일은 자괴감에 빠져 한숨 쉬는 날이었다. 그렇다고 토요일에 마냥 쉰 것도 아니고 취재 다녔다. 지금 생각하면 왜 이렇게 스스로를 불편하게 했나 모르겠다.

팀의 기둥처럼 매일 출석하는 한 언니는 “차라리 그냥 참석한다고 말하지 말라”고 했다. 백번 맞는 말이었지만, 서운하고 억울했다. 지친 몸을 이끌고 풋살에 가고자 하는 의지를 ‘참석’이란 두 글자에 눌러 담아 본 건데. ‘팀원들에게 선언하면 정말 갈 수 있지 않을까?’ 싶어 그런 건데. 근데 솔직히 나도 내가 한심했기 때문에 입만 삐쭉 내밀었다.

죄책감에 시달리며 불편한 마음으로 3주를 살 수 없는 노릇 아닌가? 나름 9월 한 달 동안 잘 지킨 게 있었으니. 바로 집에서 ‘나 혼자 찬다~!’ 풋살 훈련을 한 거였다. 이건 정말 자신 있게 말한다! 평일에 최소 2번 이상 공과 놀았다. 집 앞에 공을 가지고 나가서 일명 ‘볼컨트롤’이라고 하는 동작을 10분에서 20분간 했다. 자세를 낮추고 공을 발바닥으로 발등으로 움직이는 연습이다. 왼발 오른발 바꾸며 속도를 높이다 보면 발에 불붙어서 깡충깡충 뛰는 사람 폼이 된다. 이 모습을 유튜버처럼 영상을 찍어 남겼다. 그리고 우리 풋살 카페에 인증했다. 그럼, 언니들이 응원 댓글을 달아준다. 어렸을 적 “참 잘했어요!” 스티커 받던 기분을 느꼈다. 공을 다루는 발이 빨라지는 걸 보는 게 좋았다. 그동안 달성했던 어떤 성장보다 눈에 띄게 보여서 신비로웠다.
10월 중순에 친선 4파전이 있다. 우리 팀 1승 가보자고!

저번 에피소드에서 예고 했었는데, 드디어 10월의 풋살 잔치가 열렸다. 지난 패배의 쓰라림을 잊기엔 짧은 시간이었지만, 한 달 반 만에 잡힌 친선 경기라 설레었다.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내가 다른 점은 공과 친해졌다는 것. 그리고 엄청 비장한 마음으로 임했던 지난 경기에 비해 별생각이 없다는 것. 이기면 좋겠지만, 상대 팀 중에는 우리가 늘 고전했던 친선 경기 상대가 있었다. 심장은 두근거리는데, 승리욕 때문은 아니었다. 3주 내리 결석하고 팀원들과 오랜만에 하는 풋살이라 흥분해서 그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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