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풋살팀, 회고가 필요해

원은지
원은지 인증된 계정 · 추적단불꽃
2023/10/03
📝 풋살, 인생 성장기는 매달 3일 발행됩니다.
alookso 유두호
지난 친선 경기의 패배를 곱씹는 건 나 혼자만이 아니었던가. 주장 언니가 다들 집에 가기 전에 잠깐 이야기하게 벤치에서 모이자고 불렀다. 오늘은 공이 어쩌고 패스가 저쩌고~하던 지방 방송도 주장이 냉큼 오라는 소리에 음소거. 짐을 챙기며 어기적어기적 대던 언니들 움직임이 빨라졌다. 운동 끝나면 집으로 뛰어가던 언니가 벤치에 제일 먼저 앉아 있었다. 그새 모자에 선글라스까지 장착한 게 웃겼다.

벤치에 자리를 잡고 모여 앉으니 자연스레 지난 경기를 회고했다. 공을 잡으면 뺏기고, 빠르고 정확한 패스가 안 나오니까 1년 넘게 풋살한 게 맞나 싶다고, 대체 언제 실력이 느는 건지 모르겠다며 다들 푸념했다. 실력이 그대로라, 아무것도 못 한 상태로 그만두는 건 아닌 것 같고, 마냥 즐기면서 운동 하기엔 친선 경기 때마다 답답한 결과를 받아야 해서, 고여 있는 기분을 다들 느꼈을 거다. 풋살 실력이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기분은 마치... 내가 쓴 글을 아무도 읽지 않고 그래서 엄마 아빠한테 보내 읽어달라고 해야 하는, 그러니까 자꾸만 작아지는 기분이다.

게다가 최근 말아 먹은 친선 경기는 풋살에 대한 사랑과 열정을 불태우는 경기가 아니라 정확히 그 반대였다. 평소 아무리 넘어지고 까지도 까여도 웃으면서 일어나던 난데 그날은 마음에 생채기가 났다. 아직도 그때를 생각하면 풋살 에세이는 무슨, 이불 속으로 숨고 싶다. 그날을 생각하며 내 표정이 심각해지니까 양쪽에서 지방 방송이 또 시작됐다. 그날 은지 거의 울뻔하지 않았냐며, 에세이 써야 하는데 글감이 안 나와서 운 거 아니냐며 언니들이 나를 놀려댔다.

주장 언니는 각자 느낀 점을 말하라고 했다. 이런 자리는 내가 들어온 후 처음이었다. 앞으로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지, 지금의 코치님 말고 다른 코치님을 만나보는 건 어떨 것 같은지 등 허심탄회하게 말하는 자리. 와, 솔직히 찔렸다. 코치님을 바꿔보면 어떨까? 하는 건 나만의 생각인 줄 알았는데, 주장도 비슷한 생각을 하다니. 혹시 내 에세이를 읽었나? 그때는 발행 전이라 더 소름이 끼쳤다. 그렇다면 설마 우리 뉴런이 연결되어 있나? 급하게 말을 뱉으면 자려고 누웠을 때 분명히 후회하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일단 언니들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우리 코치가 1년 넘게 우리를 가르쳐 오면서, 한 명씩 개인 기량을 잘 파악하고 있을 거야. 그래서 난 그냥 계속 같이 했으면 해”

이 이야기를 한 언니는 먼 산을 보면서 이야기를 했다. 모자에 선글라스까지 낀 이유를 조금 알 것 같았다. 평소에도 상대 팀과 몸싸움을 제일 안 하는 언니다. 어떤 언니는 이 언니 성격이 스윗해서, 착해서, 조심스러워서 그렇다고 하더라. 그런 성격이 팀을 운영하는 일에도 배어 나왔다. (나한테는 좋은 체격을 이용해 열심히 밀치라는 언니인데 본인은 절대 안 한다. 몸싸움하자니 마음이 좀 어렵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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