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투더 퓨처? 축구에서 전쟁까지
2024/01/26
어제 말레이시아와의 축구 경기는 일종의 타임머신 같았다. 경기를 보는 도중 나는 1980년 무렵의 열 살 소년으로 돌아가 있었다. 모스크바 올림픽 (보이코트 결정 이전) 아시아 예선전 한국과 말레이시아와의 경기가 어제 경기는 45년 세월을 가로질러 쌍둥이처럼 닮아 있었다. 그때 ‘밀집 수비’라는 단어를 처음 배웠거니와, 어린 깜냥에 나는 그걸 ‘밀짚모자’의 ‘밀짚’으로 알았다. 촘촘히 짜져서 손가락 들어갈 데 없는 그런 느낌의 ‘밀짚’ 수비로 오랫 동안 잘못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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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에서 개최된 예선에서 한국은 일본을 기세좋게 눌렀지만 말레이시아한테 3대0으로 만판 깨지는 굴욕을 당했다. 이때 또 하나 습득한 한국어 보캐뷸러리. ‘수중전’. 말레이시아는 열대 기후로 ‘스콜’이 툭하면 쏟아졌는데 비 내린 운동장에서 한국은 기고, 말레이시아는 날았다. 그렇게 곤죽이 된 다음 어찌 어찌 최종전에서 말레이시아를 다시 만났다. 절치부심했지만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한국의 ‘일방적 공격’과 말레이시아의 ‘밀집 수비’ 그러다가 역습으로 인한 ‘수비 붕괴’와 골 ‘헌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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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당시 어른들은 또 그로부터 9년 전 ‘뮌헨 올림픽 예선 때’를 떠올리며 성토했다. 무려 서른 개가 넘는 슛을 쏘아붙였으나 말레지아 골대는 뚫리지 않았고 역습 한 방에 수비가 허무하게 무너지면서 1대 0으로 지고 말았다는 것이다. 요즘에야 어제처럼 비기는 것만으로도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땅이 꺼지고 있지만 이래저래 한 세대 전 말레이시아 축구팀은 한국의 난적(難敵)이었다는 사실을 실감나게 깨우쳐준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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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돈 주고도 어려운 시간 여행을 즐기게 해 준 한국 대표팀과 클린스만 감독에게 감사하는 한편으로, 그 시기로 돌아가고 나니 또 다른 풍경들이 겹쳐서 덤벼듦을 느꼈다. 60년대 말부터 한국을 엄습했던 안보 위기와 ‘제2의 한국전쟁’이라 불리는 저강도 전쟁에 가까운 ...
사학과는 나왔지만 역사 공부 깊이는 안한 하지만 역사 이야기 좋아하고 어줍잖은 글 쓰기 좋아하는 50대 직장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