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뤼마니테>는 왜 이 둘을 ‘클론’이라고 불렀나?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인증된 계정 · 다른 시각을 권하는 불편한 매거진
2024/07/26
  • 목수정 | 작가


39세 대통령, 34세 총리
마크롱 대통령과 아탈 총리지명자를 ‘LE CLONE’(복제)이라고 표현한 <뤼마니테> 표지.


마트에서 구입한 푸아그라와 샴페인에 적셔진 연말 휴가를 마치고, 신년을 시작한 프랑스인들은 총리가 교체됐다는 소식을 접했다. 주름 깊은 얼굴에 늘 어두움이 드리워 있던 62세의 여성 총리 엘리자베트 보른의 후임으로 등장한 사람은 34세 청년 가브리엘 아탈이다. 그가 교육부 장관으로 임명됐다는 소식을 들은 지 불과 5개월이 지난 시점이었다. 난데없이 교복 이야기로 잠시 세상을 시끄럽게 하던 그가, 이제는 정부의 수장이 됐다.

아탈은 특별히 잘한 것도, 못한 것도 없다. 왜냐하면, 그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총리의 비주얼이 젊은 버전으로 달라졌다는 사실 외에, 사람들은 어떤 기대도 실망도 가질 수 없었다. 맥락도 사연도, 따라서 어떤 설득력도 없는 사건이 거듭될 때, 사람들은 게임의 룰이 바뀌었음을 감지할 뿐이다. 젊음이 약속해 주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충분히 학습하기도 했다.

교육부 장관이 되기 전에 그는 1년간 공공회계부 장관이었다. 장관 취임 직후, 어떤 조세 포탈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포부를 밝혔으나, 집권 후 꾸준히 세금 조사관 수를 축소(1,600명)해온 마크롱 정부의 기조를 이어갈 뿐, 아무 변화도 만들지 못한 채, 더 묵직한 자리로 옮겨 갔다. 2017년 대통령 취임 직후, 마크롱이 한 달 이내에 노숙인이 없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공언했으나, 5년 후 프랑스 노숙인 수가 2배로 늘어난 것과 비슷하다.

반면, 프랑스의 슈퍼리치들(한화기준 1조 원 이상을 소유한 자산가들)은 지난 3년간 자산 규모를 평균 65.5% 증가시켰다. 취임 즉시 부유세를 폐지함으로써, 그들에게 깍듯이 답례한 마크롱의 행동과 그들의 두둑해진 금고는 깊은 관련이 있다. 치솟은 물가와 급격히 늘어난 노숙인 수가 관련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젊고 로맨틱한 대통령’, 정치는 어디에?


국민 앞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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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몽드 디플로마티크>는 르몽드의 대표적인 자매지로 약칭은 "르 디플로"입니다. 국제뉴스를 다루는 월간지로 30개 언어로 51개 국제판이 발행되고 있다. 조르조 아감벤, 아니 에르노, 알랭 바디우, 슬라보예 지젝, 피에르 부르디외 등 세계적 석학들이 즐겨 기고했으며, 국내에서는 한국어판이 2008년10월부터 발행되어 우리 사회에 비판적인 지적 담론의 장으로서 각광받고 있습니다. 노엄 촘스키는 <르몽드 디플로마티크>를 일컬어 "세계를 보는 창"이라고 불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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