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평]

이번 글의 동력은 분노가 맞아보입니다. 단어 선택과 문장의 흐름, 전반적인 내용에 이르기까지 그래 보입니다. 멋준님이 부자의 삶을 관통하며 겪어온 ‘일’이 얼마나 숨막히는 현실과 직결돼 있었는지가 무척 적나라하게 드러나 보였습니다. 굳이 세부적으로 묘사하지 않아도 전체 글에서 그런 느낌이 흐릅니다.

우리는 급변하는 세상에 정확히 끼어있는 세대 같아요. 결혼이 기본값인 세상에 태어났다가 그렇지 않은 시간으로 건너왔지만, 여전히 남자는 가장이라는 생각이 뿌리깊게 박혀있달까요. 어릴 적 박힌 생각은 잘 뽑히지 않는다는데, 아마도 그 의무감이 새 시대를 맞이하고도 삼사십대 남성들이 완전히 짐을 내려놓지 못하는 족쇄가 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 짠했습니다. 가부장적인 문화는 여성 뿐만 아니라 남성도 똑같은 피해자로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더 확고해집니다. ㅜㅜ

아쉬운 점을 꼽아보자면, 개인적인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하다 마지막 부분은 좀 딴길로 샌 느낌이 없지 않아 있었습니다. 일이라는 넓은 맥락에서는 한 길이나, 이 글에서는 앞부분과 살짝 어긋난 느낌이 있습니다. 개인적인 압박감을 덜어놓는 방법을 강구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조심스레 제안해봅니다.

저번 글도 그렇고, 이번 글도 읽으면서 이 사람은 글로 세상과 맞서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글이 멋준님의 분노를 잠재우고 세상과 타협하거나 혹은 더 모난 자신으로 서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라봅니다. 이번 글도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홈은 ·
2023/02/18

전반부가 일의 본질과 일을 대하는 나의 자세를 말하기에 앞서 먹고 살기 일하던 아버지에 대한 설명으로 일을 밥으로 보며 살아온 세대를 보여주고 있다면 후반부는 취업 전선에서 부유하는 청년 세대의 불안감이 입사 과정에서 제대로 연락하지 않는 인사담당자에 대한 불만으로 드러납니다. 일 자체에 대한 생각보다는 일을 하기까지의 과정에 더 집중한 글은 일과 직장을 바라보는 나의 불안정한 상태를 보여주는 것처럼 여겨집니다.

@박현안

합평에 감사드립니다. 예전에는 마치 나만 끼인 세대에 태어난 것 같아 원망 아닌 원망도 있었습니다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우리만 끼인 세대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모두가 다 이전 세대와 다음 세대 사이에 끼인 게 아닐런지요. 다만, 예전에는 한 세대 구분이 30년 단위였다면, 요즘은 15년, 10년 정도로 확 줄었다는 게 차이라면 차이랄까요. 시대의 격차를 느끼는 시간의 변화가 확 느껴지다보니, 좀 더 끼인 강도가 강하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맨 마지막에 딴 길로 샌 부분을 어떻게 마무리하면 좋을까 고민이 되었어서 그냥 써봤는데, 그걸 짚어주셨네요. 감사합니다. 다음 번 글에서는 마무리가 잘 된 글로 찾아뵙겠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부탁드립니다. 저도 열심히 써 볼게요!

@진영

합평에 감사드립니다. 회사에게 친절함을 요구하는 게 쉽지 않은 일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아담과 이브도 처음에 몰랐으니까 어쩔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정작 제가 힘들어지니까 가장 먼저 원망부터 하고 싶어지더라고요. 이게 어쩌면 간사한 인간의 마음일런지도.

@천세곡

면접 결과를 친절하게 남겨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회사 홍보 효과가 되리라 생각하는데, 그것 역시 일부의 생각이려나 봅니다.

댓글 감사드립니다.

@콩사탕나무

합평 감사드립니다. 실직을 통해 알게 된 취업환경 때문에 역지사지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아 감사합니다. 일의 본질적인 의미를 깨닫게 된 것 같기도 하고요.

앞으로도 좋은 글 부탁드립니다. 저도 열심히 써 볼게요!

@살구꽃

합평 감사드립니다. 나는 괜찮겠지... 하고 생각했던 안일한 마음이 크지 않았었나 하고 돌아봅니다. 어쩌면 저도 모른 척하고 싶었던 영역이었는데, 제 얘기가 되니까 입장의 변화가 일어난 것인지도.

앞으로도 좋은 글 부탁드립니다. 저도 열심히 써 볼게요!

@몬스

합평 감사드립니다. 졸고에 격찬을 보내주시니 감사합니다. 어두운 모습을 그나마 하얗게 쓰려고 하다보니, 회색 지대에 놓여있는 글이 된 것 같다는 생각도 드네요.

앞으로도 좋은 글 부탁드립니다. 저도 풍자전문가로써 열심히 써 볼게요!

@민다

합평 감사드립니다. 볼드처리된 내용에 민다 님도 함께 공감해주셨고, 제가 합평을 쓴 부분에서도 민다 님이 강조하고 싶으셨던 내용이었다고 하니, 기분이 묘하네요. 비슷한 부분에서 비슷한 감각을 느꼈던 것이 아닐까.

앞으로도 좋은 글 부탁드립니다. 저도 열심히 써 볼게요!

민다 ·
2023/02/22

[합평]

0.
가장의 무릎은
가장 쉬웠어요

왜 시작부터 슬픈지. 내용에서 슬픈 미래가 보이는 것같아서, 왠지 스크롤을 내리고 싶지 않은 글이였습니다. “자존심의 무게는 나와 부양가족의 생존보다 훨씬 가볍다”는 말에 동감합니다. 또 이제는 “무릎만으로는 버티기 어려워지고 있는 시대” 라는 것도요.

취향일지도 모르겠으나, 멋준님이 볼드 해주시는 부분들은 제가 쏙쏙 맞장구치고 싶은 부분들만 어떻게 고르셨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멋준님 합평을 쓸때, 좀더 신경이 쓰였던것은, 제 합평을 써주셨을때, 내가 재밌게, 또는 내가 강조하고 싶었던것을 잘 집어내어 말해주셨기 때문인데요. 통찰하는 부분이 비슷하거나, 아니면 멋준님이 남의글에서도 맥을 잘 짚으시고, 본인의 글에서도 독자가 맥을 잘 짚을 수 있게 볼드라는 장치를 잘 사용하시는것 아닌가 싶었습니다.

이번글이 짧지만 밀도감 있다라고 쓰려고 했는데 3900자를 넘기셨었군요. 그만큼 밀도감 있고, 내용이 무거우면서도 어렵게 읽히지 않았나봅니다. 이력서나 자기소개서에 내가 쓴 글 첨부가 있으면 멋준님에게는 더 더 플러스일것 같은데, 그러지 않은 현실이 아쉽네요.

다음에도 좋은글 잘 부탁드립니다.

몬스 ·
2023/02/22

[합평]

와.. 잘 읽었습니다. 3962자여서 아쉽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문장 하나에 한 숨 한 번이 느껴지는 글이었습니다. 놓칠 문장이 없어 두 번 세 번 되새김질하며 읽었네요.

글을 읽으며 다크한 세상을 가장 제대로 말하는 방법은 다크함 그대로 이야기하는 것이 제일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글에 담긴 날것의 생각들이 아프고 생생하게 '사회적 일'의 어두운 면을 하나하나 비추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둡기만 한 건 아니었습니다. 멋준님 특유의 풍자는 다크함과 꽤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어요. 몰입감이 굉장한 글이었습니다.

평소에는 설명체를 많이 사용하셨는데, 이 번에는 독백체의 글이어서 그런지 새롭기도 하고 더 생생하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정말 잘 읽었습니다!!

살구꽃 ·
2023/02/22

[합평]

우선 취업되신 것을 축하합니다.

가장의 무릎과 성경을 통해 땀 흘려 노동하는 수고를 평생 짊어진 아담, 그리고 실직에서 벗어나기까지의 과정이 ‘일’의 주제로 글이 이어지네요. 저 역시 실직과 백수의 시간을 경험했기에 멋준님의 글이 피부에 닿을 만큼 가까웠습니다.

그렇게 지긋지긋했던 직장, 거길 벗어나면 그 벗어나는 것만으로 뭔가 홀가분해질 줄 알았는데 파도처럼 밀려오는 또 다른 엄청난 불안은 불면이 되어 고통의 늪에 가라앉게 했지요. 자신 있다고 여겼던 것들이 한 순간에 추락하니 내 이름 뒤에 따라다녔던 그럴싸한 호칭도 언제 있었냐는 듯, 불불이 흩어졌습니다. 그때부터 원하든 원치 않든 다시 나를 들여다 들여다보며 자신을 맞닥뜨리는 시간은 정말 괴로웠습니다. 나를 써준다면 무릎이라도 꿇을 것 같았는데 현실은 그렇게 ‘무릎’이 아니더라도 이미 젊고 유능한 인재가 차고 넘쳤습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괜찮을 거라는 내 안의 교만이 뼈아픈 후회로 남았습니다. 시간이 지나 이젠 누가 봐도 현역에 있을 나이를 벗어나니 오히려 미련이 떨어져나갔습니다만, 멋준님이나 ‘조각집’님의 엇비슷한 취업관련 스토리를 만나면 기억이 재생됩니다. 그 재생의 한켠에서 제가 하고 싶었던 말, 그러나 속으로 넣어두고 모른 척 했던 말들을 고스란히 멋준님의 글로 읽은 것 같아 얹힌 속이 풀린 것 같습니다. 나만 그랬던 게 아니란 걸 느끼면서 위로를 받습니다.

멋준님의 멋진 ‘일’을 다시한 번 응원합니다. 고맙게 잘 읽었습니다.

콩사탕나무 ·
2023/02/21

[합평]

’가장의 무릎은 가장 쉬웠어요’라는 센스 있는 제목 너머에 아버지 세대의 아픔이 느껴졌습니다. 가장의 무게 때문에 무너져버린 자존심.. 알고 있지만 또 아프더군요.
그 시절 아버지들은 당연하다 여겼겠지만 당연한 것이 어디 있을까요? ㅜ 선택조차 사치였던 그들의 고달픈 삶과 참고 견딘 시간들을 떠올리면 고구마를 백 개 먹은 듯 가슴이 답답해져옵니다. ㅜ

[왜 먹지 말라는 걸 먹어서 자신과 후손들을 고통스럽게 살게 했느냐고. 하지 말라는 건 좀 안 하고 살면 어디가 덧나는 것인지. 기어코 하고 싶었으면 허락받거나, 허락받기 힘들 것 같으면 왜 하면 안 되는지 물어나 보던지. 허락보다 용서가 쉬울 줄 알았나. 몰래 하려면 걸리지나 말든지.]

아담을 탓할 대상으로 삼고 분노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마치 사이다처럼 하고 싶었던 말을 누가 대신해주듯 속 시원하기도 했습니다. ㅎ
진짜 걸리지나 말든지… ;;;;

실직 후 겪으셨던 불안과 혼란에 공감이 갔습니다. 일자리가 경제적인 것을 넘어 사회적인 체면을 보여주고 사회에 스며들어 살 수 있게 해 주는 수단이라는 것을 다시 느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재취업에 성공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앞으로 펼쳐진 멋준님의 ‘일’과 미래를 응원합니다.
멋준오빠님의 멋진 글도 기대합니다!!

천세곡 ·
2023/02/21

면접의 결과를 메일이나 문자로 안내해주는 회사는 가지 못하더라도 오랫동안 좋은 이미지로 남게 되더라고요. 그렇게까지 친절한 회사가 많지 않다는게 문제겠지만요. ㅎㅎㅎ

합격 후, 들어가고 나서야 지들이 우리한테 갑이긴 합니다만...뽑기도 전에 약간 갑질하는 것 같아서 속상할 때도 많습니다.

면접이라는게 우리 입장에서도 회사에 대해서 알아보고 검증하는 시간이기도 한데 말입니다.

멋준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빅맥쎄트

말씀해주신 내용 참고해보면서 생각해 보니,
1번 문단 제목은 [경제적인 곤란, 정체성의 혼란]
이 좀 더 적절해 보이네요. 아담 얘기에 너무 꽂혔나. ㅎ

싱글이라 아직 배가 덜 고픈 모양입니다.
다행이라 해야 할까. ㅠ

이번 글에서는 [분노]에서 시작되어 [체념], [무력감]의 감정으로 썼던 기억이 나네요. 경험 기반이다보니, 술술 써 내려간 건 아니지만, 글을 쓰면서 마음은 조금 불편했던 듯하네요.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정도랄까요. ㅎ

합평 감사합니다!

빅맥쎄트 ·
2023/02/20

[합평]

저도 글 서두에 아버지의 이야기를 잠시 언급했는데, 생각해보면 우리 부모님세대에 '(중도)퇴사' 라는 개념이 있기는 했을까요. 결혼과 출산이 당연했던 시절이라 남자는 평생 가장의 역할을 하며 돈을 버는 것이 당연시 되었던 것 같습니다. 아마 우리세대 부모님들의 모습은 다들 비슷하지 않았을까요?

일을 하지 않을 때 굶어죽는 공포와 정체성의 공포를 경제적, 사회적으로 표현해 주셨고 두가지 중에서 정체성의 공포가 더 크다고 하셨는데, 저는 반반인 것 같습니다. 현재 멋준님이 싱글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만약 처자식이 생긴다면 경제적인 공포가 지금보다 대략 * 100배 정도는 상승할거에요. (이래 말하믄서 휴직을 한 저는 제정신이 아닌걸로)

재취업에 성공하신 것을 축하하면서도, 재취업이 결코 쉽지 않은 것을 알기 때문에, 중간에 겪었을 많은 고통과 어려움이 앞으로 내가 겪게 될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두렵기도 합니다. 앞으로 어떤 미래가 그려질지 아직까진 감조차 잡기가 힘드네요.

이번 글 역시 '분노' 가 동력이었는지 문득 궁금합니다. 지난번 글에 비해 분노의 사이즈가 조금 작은 것 같기도 하고. 1번 문단의 제목을 '일을 하지 않는 공포' 로 한 번 바꿔보는 것도 제안드려 봅니다. 아담 이야기를 저도 언급할까 잠시 생각 했는데, 안하길 잘했네요 ㅋㅋ

잘 읽었습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