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철인3종... D+4h

백혁현 · 오래된 활자 중독자...
2024/06/17
삐요삐요삐요삐요… 모두가 알고 있는 엠뷸런스 사이렌 소리다. 하지만 그 날 내가 들은 사이렌 소리는 무한하였다. 머릿 속에 떠올린 모든 단어가 곧바로 사이렌 소리가 되어서 내게로 되돌아왔다. 어떤 자음이든 어떤 모음이든 상관없이 내가 떠올리는 모든 의성어가 사이렌 소리로 변주되었다. 소리는 대구의 B병원에서 분당의 C병원으로 가는 네 시간 삼십 분 동안 1초도 쉬지 않고 맹렬하였다. 우리 차는 구급차이고 아무리 막힌다고하여도 두 시간 반이면 가능할 것이라던 의료진의 호언장담이 무색하였다.
 사고 직후 대구의 병원에 도착하였을 때 엑스레이 그리고 CT를 연거푸 찍었다. 찰과상이나 타박상이면 좋았겠지만 부상은 골절로 밝혀졌다. 정형외과 의사이기도 한 크루원에게 CT 사진을 보냈고, 그는 집에서 가까운 중급의 병원으로 가려던 나를 만류했다. 그에게서 의사를 소개 받아 분당의 C 병원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은 사고가 발생하고 세 시간 반 정도가 흐른 다음이었다. 대회에 참가하는 나를 응원하기 위해 내려왔던 아내가 구급차에 동승하였다. 아내는 차의 진행 방향과 직각인 의자에 앉았고, 한껏 담담하게 꾸며진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0에서 10까지 중 7이나 8쯤에 해당하는 통증을 느끼고 있어 웃는 낯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였고 고개를 외로 틀거나 눈을 감았다.
 철인3종의 묘미는 이제 더이상은 못 하겠어, 하는 좌절과 절망의 순간에 있다. 바로 그 좌절과 절망의 순간에 빈틈을 찾고, 예를 들어 저기 급수대까지는 가서 그만둘지 말지 결정해야지 하면서, 좌절을 유예하고 희망을 조금씩 흘려보내다 보면 어느새 피니쉬 라인을 눈앞에 두게 된다. 이러한 좌절과 절망의 순간은 수영과 자전거와 달리가 어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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