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렌시아가 손절합니다
2022/12/01
안녕하세요, 에디터 Zoe입니다.
도발적인 캠페인을 펼치기로 유명한 명품 브랜드 발렌시아가(Balenciaga)가 최근 진행한 신규 광고 캠페인 때문에 전세계적인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과연 무엇 때문에 발렌시아가는 새롭게 런칭했던 광고캠페인을 모두 폐기하고 사과문을 게재하고, 촬영 세트를 디자인한 제작사에 2,500만 달러의 소송을 제기하기까지 했을까요?
오늘 레터에서는 발렌시아가 사태를 돌아보며 광고 캠페인을 둘러싼 표현의 자유, 그리고 사회적 감수성과 도덕의 차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합니다.
발렌시아가 사태 한 줄 요약
발렌시아가가 최근 아동 포르노를 연상시키는 광고 사진을 공개해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이미 이 뉴스를 보신 분도 있으실 테고, 사진까지 찾아보신 분도 있으실 텐데요. 이번에 논란이 된 화보는 11월 16일과 11월 21일, 총 2회에 걸쳐 공개된 2개의 서로 다른 캠페인입니다.
지난 11월 16일 이탈리아의 유명 사진작가 가브리엘레 갈림베르티가 촬영한 화보가 가장 먼저 문제가 되었는데요.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이 사진들에는 총 6명의 아이들이 등장하며 모두 이번 발렌시아가의 신상품인 테디베어 모양의 가방을 들고 있는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아이들이 들고 있는 가방은 그물망의 옷을 입고 있거나, 하네스에 결박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는 등 BDSM을 연상케 하는 모습의 의상을 착용하고 있는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이 테디베어 가방들은 파리 2023 S/S 패션위크 때 런웨이에서 선보였던 제품들입니다.
11월 21일에 공개된 두 번째 캠페인에서는 아동 포르노에 대한 미 연방 대법원의 판례 문서가 노출되면서 논란이 되었습니다. 이 대법원 문서는 아동 포르노의 배포를 금지하는 PROTECT 법안이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는 수정헌법 제 1조를 침해하지 않는가의 여부에 대한 판결문인데요. 문서에 따르면 PROTECT 법안은 수정헌법 제 1조의 침해와는 관계가 없다 - 다시 말해 아동 포르노와 같이 불법적인 항목에 대해서는 표현의 자유를 보장할 수 없다고 판결하고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실제 판례 문서가 소품으로 쓰인 데다가 16일에 최초 공개되었던 아동 출연 화보 이슈와도 얽혀, 온라인상에서는 ‘발렌시아가가 아동 포르노를 홍보(promoting)하려 든다’며 다양한 추측과 비난이 오갔습니다.
미디어 산업을 통해 세상을 읽습니다.
휘발되지 않는 인사이트를 담아 매주 2회 화요일과 목요일 오전에 찾아 뵙겠습니다.
어제 발렌시아가 마이셀리움 코트 글을 봤는데 그게 어디였더라 생각하다보니 그곳이 이곳이었....
지난 여름을 서울을 더욱 뜨겁게 만들었던(이 문장도 어딘가에서 쓴 것 같은 느낌적 느낌...여긴 어디 나는 누구...) 히토 슈타이얼의 '데이터의 바다'에서 인상깊었던 전시를 꼽으라면 그 중 하나로 발렌시아가를 주제로 한 '미션완료:벨란시지'를 말하고 싶어요. 소셜미디어에서 생산, 업로드, 공유되는 상품에 관한 이야기였는데요, 발렌시아가가 이렇게 제품을 유통하고 영향력을 가지는 것을 벨란시지라고 한대요. 패션의 영역을 넘어 대중문화, 경제, 정치까지 파급효과를 가지는 현상을 의미한다는데, 이걸 뒤집어 생각해보면 발렌시아가의 자신들의 제품 및 홍보 방식이 가지는 영향력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고 볼 수 있잖아요. 그런 점에서 몰랐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소셜미디어 영향력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까지 분석한 회사에서 어떻게 모를 수가 있죠!!!!!
발렌시아가는 프랭크허버트의 소설을 영화로 만든 '듄'에서 등장하는 고전적 의상때문에 관심을 갖게 된 브랜드인데 이후 히토슈타이얼 전시를 보며 엄청난 영향력을 가진 곳이라는 생각이 더해졌어요. 타냐 라푸앵트의 '듄 메이킹필름북'에서 소개하는 드레스 디자인이 정말 아름다워서 놀랐었는데 이젠 다른 의미로 놀라게 됩니다. ㅜ 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