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철도, 비극의 여정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인증된 계정 · 다른 시각을 권하는 불편한 매거진
2024/01/11

 엘리자 페리괴르 l 언론인


EU에 의한 철도 재정 긴축의 결과는?
지난 2월 28일 그리스에서 발생한 열차 충돌 사고로 뭇 그리스인들은 10년 전 자신들의 뜻이 유럽연합과 맞부딪혔던 때를 떠올렸다. 57명이라는 사망자는 공공서비스의 몰락과 민영화의 폐단을 의미했지만, 그리스와 EU 당국이 성실한 조사를 이행할 희망은 별로 없어 보인다.
 
<건널목>, 1919 - 페르낭 레제


새벽녘의 한 계곡 유역에서 금속 잔해가 나뒹구는 가운데 그 위로 연기가 피어올랐다. 3월 초, 그리스 언론은 아테네-테살로니키 철로의 이 불에 탄 금속 더미 주위에서 분주히 움직이는 구조대의 모습을 연이어 방송으로 내보냈다. 
전날 밤 11시를 지난 시각 그리스 중부 라리사 시에서 그리 멀지 않은 템페(테살리아 주) 중심부에서는 승객 352명을 실은 여객열차가 한 화물열차와 충돌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두 열차는 같은 선로에 있는 줄 모른 채 약 12분 동안 마주 보면서 달리다가 정면충돌했다. 이 사고로 57명이 사망하고 최소 85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피해자 중 상당수는 월요일까지 연장된 황금연휴를 즐기고 집으로 돌아오던 대학생들이었다. 2023년 2월 28일의 이 열차 사고는 그리스 역사상 가장 많은 사상자를 낸 철도 참사로 기록된다. 
 

“그리스 철도망은 21세기에 적합하지 않아”

현재 진행 중인 조사는 책임 소재를 규명하기까지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라리사 역장이 선로 변경을 잘못 지시한 실수를 인정하긴 했지만, 대다수 그리스인들에게 이는 사고 후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총리의 말마따나 그저 “사람의 실수”로 여겨지지 않는다. 그보다는 시스템 전체가 문제의 원인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라리사 역장은 철도 전문가가 아닌 교육부 공무원 출신으로, 몇 달간의 직무 교육만 받은 뒤 현장에 신규 채용됐고, 그나마도 혼자 업무를 담당했다. 교통부 장관 역시 사임 전 그리스 철도망이 “21세기에 적합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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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몽드 디플로마티크>는 르몽드의 대표적인 자매지로 약칭은 "르 디플로"입니다. 국제뉴스를 다루는 월간지로 30개 언어로 51개 국제판이 발행되고 있다. 조르조 아감벤, 아니 에르노, 알랭 바디우, 슬라보예 지젝, 피에르 부르디외 등 세계적 석학들이 즐겨 기고했으며, 국내에서는 한국어판이 2008년10월부터 발행되어 우리 사회에 비판적인 지적 담론의 장으로서 각광받고 있습니다. 노엄 촘스키는 <르몽드 디플로마티크>를 일컬어 "세계를 보는 창"이라고 불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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