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마니아, 프랑스 의대생들의 탈출구
2024/01/13
필리프 바케 | 특파원
타국으로 유학을 떠나는 의사 지망생들
오늘날 프랑스에 의사가 부족한 것은, 지난 50년 동안 의대 정원을 엄격히 제한해왔기 때문이다. 인원제한은 어느 정도 완화했다지만, 극히 부분적인 조치에 지나지 않아 향후 10년 의료 수요를 채우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다. 프랑스에서 학위를 이수하지 못한 의사지망생들에게 다른 국가, 특히 루마니아로의 유학은 최후의 탈출구이자 험난한 가시밭길이다.
“1학년 이수 후 2학년 진급 관문은 치열합니다. 이 첫 관문에서 두 번 낙방하면 재기할 방법이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의학을 포기할 수는 없었어요. 그래서 적십자에서 활동하던 중에 루마니아 클루지나포카에 있는 의과대학에서 프랑스어로 강의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죠. 바로 원서를 냈고, 합격했어요. 주어진 소명이 있다면, 세상 끝까지 가더라도 지켜야지요.”
현재 의대 3학년생인 레오폴딘 뮐레르는 프랑스 두(Doubs) 지방 출신이다. 루마니아 북서부 트란실바니아에 있는 클루지나포카는 인구 35만의 도시다. IT, 신기술, 연구와 개발에 힘입어 경기가 활기를 띠는 이곳은 ‘루마니아의 실리콘밸리’로 불린다. 이곳의 6개 공립대학과 다수의 사립대학에는 루마니아는 물론 유럽, 아프리카, 이스라엘 등지에서 온 학생 약 8만 명이 재학 중이다.
의사의 꿈을 이룰 마지막 기회
클루지나포카(‘클루지’로 알려짐)의 도심은 프랑스 대학 도시와 유사하다. 성 미하일 성당을 둘러싼 활기찬 우니리 중앙 광장 주변에는 르 툴루즈, 랄키미스트, 체 게바라 등의 이름을 붙인 주점과 음식점이 즐비하다. 주말이면 한 주 수업을 마친 청년들이 모여들고, 곳곳에서 프랑스어가 들려온다. 이울리우 하치에가누 의약대학(Iuliu Haţieganu, UMF)의 프랑스어권 학과에서 일반 의학, 치의학, 약학을 공부하는 학생은 약 1,800명에 달한다. 유럽과 북아프리카 프랑스어권의 학...
<르몽드 디플로마티크>는 르몽드의 대표적인 자매지로 약칭은 "르 디플로"입니다. 국제뉴스를 다루는 월간지로 30개 언어로 51개 국제판이 발행되고 있다. 조르조 아감벤, 아니 에르노, 알랭 바디우, 슬라보예 지젝, 피에르 부르디외 등 세계적 석학들이 즐겨 기고했으며, 국내에서는 한국어판이 2008년10월부터 발행되어 우리 사회에 비판적인 지적 담론의 장으로서 각광받고 있습니다. 노엄 촘스키는 <르몽드 디플로마티크>를 일컬어 "세계를 보는 창"이라고 불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