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스 ·
2023/06/09

[합평]

자주 읽어온 현안님의 글임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느낌이었습니다. 기존 글들이 문단마다 꾹꾹 눌러 담은 언어와 통찰이 돋보였다면, 이번 글은 꽤 속도감이 느껴졌어요. 엄마와 아이 사이의 서스펜스와 3자의 시선으로 전개하는 내용이 추리 소설의 분위기를 자아냈습니다.

개인적으로 흥미로운 건 '아이'와 '엄마'라는 단어로 인물을 지칭한 점이었습니다. 덕분에 완전한 3인칭 서사보다는 아이와 엄마의 '관계'에 더 집중된 스코프를 통해 글을 접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제 어머니도 학력을 적어야 할 때면 거짓말을 하곤 하셨습니다. 첫문단에서 적어주신 내용이 제 경험과 꼭 맞아 깜짝 놀라면서 읽기 시작했어요. 현안님 글을 읽기 전에 주변에서 이 소재의 이야기를 들어본 기억이 없는걸 보면.. 사회에 만연한 경험이지만, 개개인의 기억으로만 남아 있는 그런 소재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왜 이야기되지 않을까. 그 비밀은 마지막 두 문단에 담겨있지 않나 싶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이야기를 꺼내고, 모든 걸 내려놓고 받아들이길 바라는 글쓴이의 마음에서 섬세함, 내지는 엄격함을 느꼈습니다. 이 순간만큼은 아이가 아니라 엄마의 입장에서 이야기했다는 느낌이랄까요. 글 전체를 엄마-아이의 관계로 서술했기에 더 묘하게 느껴지는 문단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펀치라인이라고나 할까요. 서스펜스의 해소와 동시에 여전히 깊게 관여하지 않는 형태로 열어놓는 마무리가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빅맥쎄트 ·
2023/06/09

@박현안 

합평 :

그녀의 비밀이라는 제목에서 나타나듯 이 글은 그녀(엄마)에 관한 글이다. 부모의 학력을 묻는 아이의 말에서 시작해서 조부모의 죽음으로 이어지는 내용은 다시 부모의 학력에 대한 아이(딸)의 궁금증으로 이어진다.

 그녀의 비밀은 최종학력이었다. 글에서 학력은 단순한 비밀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가족에게도 끝까지 밝히지 않은 학력을 치매검사에서 드러낸 것, 자식들에게 평생 보이지 않은 눈물을 예상치 못한 상황에 드러냈다는 사실은, 여자의 삶에서 학력이라는 것이 무척 소중한 가치를 가진다는 것으로 이해된다. 이 비밀은 그녀의 삶 속에서 원망과 아픔, 분노라는 여러가지 형태로 존재하며 여자의 정신과 영혼을 갉아먹는다. 여자의 비밀과 이로인한 여자의 삶은 아이의 성격과 태도, 삶 전체에 많은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부모의 죽음앞에서도 보이지 않았던 여자의 눈물을 본 아이는 당황했고, 반가웠다. [어딘가 단단히 고장 난 사람]이 엄마일지도 모른다던 생각이 눈물을 통해서 [엄마도 사람일지도 모른다]고 바뀌었기 때문이다.

 눈물을 흘리는 부모의 모습을 본 자녀는 일반적으로 놀라고 두려워한다. 대개 부모를 걱정하고 위로한다. 눈물의 원인이 무엇인지, 현재의 마음은 괜찮은지, 내가 도울 것은 없는지 다가선다. 부모의 눈물을 본 아이는 당황했고, 반가움을 느꼈다고 한다. 오랜 시간동안 고장난 것 같은 엄마를 지켜보던 아이의 마음은 아무런 문제 없이 정상적인 상태를 유지할 수 있었을까.

 이 글은 '내'가 아닌 '아이'의 관점에서 여자의 비밀을 밝혀낸다. 1인칭의 관점이 아닌 3인칭 관찰자의 시선에서 서사되는 과정을 보며 나의 이야기보다는 아이의 이야기, 소설의 한 장면을 읽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나의 마음을 온전히 드러내기보다는, 관찰자의 시선으로 아이의 마음을 최소한으로만 보여주는 느낌이다.

의식의 흐름과 대화보다는 사실의 묘사에 집중하고, 감정을 드러내는 것은 최소화되어 있다. 불필요한 대화를 줄인 채 관찰자의 시선으로 이어지는 글은 글쓴이의 기존의 글들과는 다른 느낌이다. 그녀의 비밀이라는 제목처럼 나를 드러내기 보다는, 생각과 감정이 절제된 상태로 최소한의 장면에 포커싱하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비밀의 내용과 그 원인, 아이의 소원을 끝으로 이야기는 종결된다. 아이는 『여자의 비밀』을 통해서 엄마의 삶을 해석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엄마의 비밀이라는 것은 삶의 한 단면이지만, 동시에 엄마의 삶 전체를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여자의 비밀과 삶이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아이는 부모의 삶을 통해 무엇을 느끼고 삶의 교훈으로 삼았는지, 그래서 아이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는 자세히 나오지 않는다.

 의도적으로 숨기고싶은 비밀이 드러나는 순간,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관계에는 변화가 생기기 마련이다. 한 때 이해할 수 없었던 여자의 비밀을 알게된 아이는 자주 여자를 떠올린다. 비밀을 알기 전과 이후 여자를 바라보는 아이의 시선은 다를 것이다. 달라지는 시선만큼 변화된 그녀의 삶은 어떤 모습일까.

https://alook.so/posts/E7t32z3

아멜리 ·
2023/06/08

제목은 그녀의 비밀이지만 결국 작가가 진짜 마주하고 싶은 것은 '그녀의 진실 혹은 속마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글이었어요. 저도 어릴 때 엄마가 학력을 '위조(?)' 할 때 어떤 맥락에서 엄마는 부끄러움을 느끼고 진실이 아닌 거짓을 쓰고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있었어요. 부모 세대가 자라던 시절과 그들이 부모가 된 시절의 사회 분위기도 한 몫 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요. 우리가 아이를 키우는 지금과 아이들이 어른이 된 미래에는 또 어떤 비밀과 진실이 있을까 생각해보게 되네요. 

이번 현안님 글 읽으면서 우리가 우리의 비밀을 마주하고 정리를 하고 글로 풀어내는 것이 글쓰기가 가진 가장 큰 힘이자 매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많은 생각을 했을 현안님 이야기를 나눠 주셔서 고마워요:) 

살구꽃 ·
2023/06/07

[합평]
신학기마다 적어가는 ‘가정조사’의 경험이 저도 있었어요. 요즘은 없어졌겠죠. 매번 이 조사서가 나오면 아버지가 오기를 기다렸다 보여드리곤 했던 기억이 납니다. 엄마는 글을 단번에 쭉 읽지 못한다는 걸 알기에 어린 맘에도 엄마가 혹시 겸연쩍을까봐 아예 처음부터 아버지한테 내밀었는데 지금 생각하니 엄마한테 죄송해집니다. 어쩌면 당신이 글을 잘 못 읽는 것에 그냥 모르는 척 하면서도 뭘 적어가는 걸까 궁금하고 신경이 쓰였을 텐데 말이죠.

이 글은 그동안의 읽어 왔던 현안님의 글과는 분위기가 조금 다르게 느껴졌어요. 뭔가 작정하고 드러내 보인, 그러나 결코 편안치만은 않았을 내용이란 건, 얼에모 뿐만 아니라 얼룩소 천개 이상의 글 짬짬이 글을 읽으며 짐작만 했던 터라 그렇습니다. 아이와 엄마를 내세워 직접 내가 움직이지 않아도 독자의 상상을 더 확대시키는 장치로, 아주 단정하고 깔끔한 옆편소설을 읽은 것 같아요. 어린아이가 성장하면서 열일곱 살, 스물다섯 살, 그리고 마흔 살의 기점마다 에피소드가 잘 섞여져 엄마의 상황과 감정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점점 몰입하게 합니다.

이제 엄마가 아니고 한 여자로 등장하는 엄마의 아픔에서는 저 역시 중학시절 이후가 많이 힘들었기에 왜 그토록 딸아이한테 비밀이어야 했을지 감정이입이 되었어요. 오히려 딸이기에 더 그러지 않았을까요. 담백한 서술이지만 많이 아팠을 글쓴이의 젖은 마음이 깊게 읽혀집니다. 글 쓰시느라 애쓰셨습니다.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연하일휘 ·
2023/06/03

엄마의 하소연......나라도 들어줘야 해- 라는 그 의무감은 어느샌가 뒤로 갈 수록 하나의 괴로움이 되기도 하더라구요. 저는 그로인한 나름의 피해의식에서 벗어나는데 정말 오래 걸렸던 것 같습니다. 조금 더 나이를 먹고 어머니의 삶을 조금 더 깊이 바라볼 수 있게 되었을 때가 되어서야, 그제서야 벗어나게 되었거든요.  마치 소설처럼 풀어나간 이야기가 좋았어요. 좋은 글 감사히 읽고갑니다:)

@천세곡 에세이 형태로 썼다가.. 엄마가 그토록 비밀로 하고자 했던 일을 쓰는 것에 대한 죄책감에 괴로워하다.. 소설처럼 거리를 두고 아이와 여자라는 호칭으로 쓰게 됐어요. 그런데도 여전히 죄책감이 드네요.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피아오량 눈물에 인색한 분이라.. 딱 한 번 본 엄마의 눈물이라.. 더 가슴에 남은 것 같아요. 감정선 따라 읽어주셔서 제가 감사드려요. 

·
2023/06/02

아이의 시선을 따라가면서 글을 읽다보니 감정이 고스란히 전달이 잘 되어서 읽으면서도 시간이 금방 흘렀어요. 엄마의 눈물은 작은 한방울도 마음속에 비바람이 부는 것처럼 마음한켠이 아려지게 되네요.!! 

천세곡 ·
2023/06/01

'여자'와 '아이'라는 단어로 바꿔서 덤덤하게 서술해 주신 것이 더 묵직하게 감정을 끌어올리네요. 쉽지 않은 이야기를 이렇게 써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