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사이를 드나들다, 시선이 머무르는 책을 집어 든다. 그 날의 기분에 따라, 선택되는 책들은 무작위다. 청소년들을 위한 소설이 잡힐 때도 있고, 손에 땀을 쥐는 추리물일 때도 있고, 잔잔한 사랑 이야기까지. 때론 집으로 데려온 책이 마음에 들지 않아 몇 장 넘기지도 않은 채 그대로 반납함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꽤나 잦다. 그럼에도 손길이 닿은 책들 사이마다 작은 두근거림이 숨어 있어 도서관에 다녀온 날은 꽤 늦은 시간까지 책 속에 파묻히곤 한다.
한동안은 자기계발에 푹 빠져 무언가를 남겨보려 발버둥을 치곤 했었다. 책을 읽다 짧은 메모를 남기기도 하고, 좋은 글귀들을 필사하기도 하며 책장들을 넘겨보았지만, 으레 흥미를 잃고 책을 밀어두기 일쑤였다. 결국 나는 다시 어릴 적처럼, 즐거움을 추구하는 독서에 다시 빠져들었다.
정독보다는 속독으로, 급한 성격에 채 받아들이지 못하고 공백으로 남은 부분들을 혼자만의 상상력으로 이어나가며 나만의 속도로 책의 내용을 엮어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