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놈펜, 뒤죽박죽된 도시 개발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인증된 계정 · 다른 시각을 권하는 불편한 매거진
2024/01/11


  •  크리스틴 쇼모 l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특파원


훈 센의 영광을 위한 수도

훈 센 캄보디아 전 총리는 아들인 훈 마넷에게 권력을 넘기기 전, 신중히 선택한 민간 개발업자들과 함께 수도 재건설을 강행했다. 중산층은 새로운 상황에 최선을 다해 적응했지만, 빈곤층은 그럴 수 없었다.
 
<다이아몬드 아일랜드. 캄보디아의 초현대식 파라다이스> 시리즈 중, 프놈펜 동남부, 메콩강과 바사크강 합류부에 위치한 ‘코 피츠(다이아몬드 섬)’, 2016 - 모르간 파슈


옌 야트는 걱정을 한시름 덜었다. 도로를 양옆으로 10m씩 확장하는 공사에서 그녀의 200살 된 나무는 무사할 것이다. 공사장 인부들은 나무뿌리가 공사에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60대인 옌은 나무 그늘 밑 대나무 평상에 앉아 집 앞에서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을 지켜보고 있다.
이 집에는 네 가족이 마당 하나를 공유하며 산다. 수도 프놈펜의 변두리 지역인 이곳 스로크 체크에는 정원에 둘러싸인 집이 대부분이다. 옌 야트는 건너편 터에 세워진 ‘매매’ 표지판을 가리켰다. 1,328㎡의 땅을 60만 달러(약 8억 원)에 내놓았는데, 1㎡당 450달러(약 60만 원) 꼴이다. 1㎡당 5,000달러인 도심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어떤 사람이 와서 우리 집을 100만 달러에 사겠다고 했다. 그런데 집을 팔면 나는 어디로 가겠는가?” 옌이 씁쓸하게 웃었다. 마을 근처에 있던 논들은 사라졌고, 우기가 되면 물을 머금는 거대 인공습지에는 물이 가득 고였다.
농사를 짓고 고기를 잡던 주민들은 이제 다른 일을 한다. 옌 야트의 가족도 음료와 음식을 파는 작은 가게를 운영한다.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인부들이 단골손님이다. 옌의 조카는 “도시가 조금씩 확장되더니 우리 동네까지 왔다”고 말했다. 실제로, 프놈펜의 규모가 바뀌었다. 2005년, 4개 도심 구역에 160만 명이 살던 이 도시는, 2019년 조사에 따르면 면적이 692㎢에 이르고, 16개 구역에 210만 명 이상이 거주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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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몽드 디플로마티크>는 르몽드의 대표적인 자매지로 약칭은 "르 디플로"입니다. 국제뉴스를 다루는 월간지로 30개 언어로 51개 국제판이 발행되고 있다. 조르조 아감벤, 아니 에르노, 알랭 바디우, 슬라보예 지젝, 피에르 부르디외 등 세계적 석학들이 즐겨 기고했으며, 국내에서는 한국어판이 2008년10월부터 발행되어 우리 사회에 비판적인 지적 담론의 장으로서 각광받고 있습니다. 노엄 촘스키는 <르몽드 디플로마티크>를 일컬어 "세계를 보는 창"이라고 불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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