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젠베르크와 야구를 사랑한 스파이

최민규
최민규 인증된 계정 · "야구는 평균이 지배하는 경기이다"
2023/09/03
8월 15일 개봉한 영화 <오펜하이머>에는 많은 물리학자가 등장한다. 불확정성 원리를 발견한 베르너 하이젠베르크도 나치 독일 핵 개발 계획인 '우란프로옉트' 중심 인물로 그려진다. 

실제 역사에서 하이젠베르크는 미군 정보기관 OSS(전략사무국) 암살 리스트에 올라있었다. 암살은 실행 직전까지 갔다. 1944년 12월 18일 하이젠베르크는 스위스 취리히대학에서 열린 학회에 참석했다. 이 대학 물리학연구소 소장 파울 셰어러는 하이젠베르크를 위해 만찬을 열었다. 이 자리에 모인 20여 명 가운데 스위스인 대학원생(어떤 기록에는 사업가) 한 명이 있었다. 그는 스위스인이 아니었다. 미국 국적 우크라이나계 유대인이었다. 대학원생도 아니었다. 암살용 권총과 자살용 청산가리 캡슐을 옷 속에 숨긴 OSS 스파이였다. 
   
스파이의 이름은 모 버그(Moe Berg). 전직이 매우 특이하다. 메이저리그 야구선수였다.
1934년 일본에서 휴대용 촬영기를 들고 있는 모 버그. 사진=historynet.com
버그는 상부로부터 “하이젠베르크가 독일이 원자폭탄 개발에 가까워졌다는 언급을 한다면 쏘라”는 지시를 받고 있었다. 뒷날 OSS의 후신인 CIA(중앙정보국) 국장을 지내는 앨런 덜레스가 버그의 상관이었다. 하이젠베르크를 초대한 셰어러와 친분이 있었고, 이를 이용해 버그를 침투시켰다. 독일어와 물리학에 모두 능통했던 버그는 하이젠베르크의 강연과 식사 자리 대화에서 “독일은 원폭 개발 능력이 없다”고 결론지었다. 반대 결론이 나왔다면 권총으로 하이젠베르크를 쏘았을 것이다. 토머스 파워스가 쓴 <하이젠베르크의 전쟁>에 따르면 하이젠베르크는 버그를 수상쩍게 여겼다. 하지만 자신을 감시하러 온 나치 친위대(SS) 요원으로 여겼다고 한다. 
   
버그는 1902년 뉴욕 맨해튼에서 태어났다. 집 근처에 뉴욕 자이언츠 홈구장이던 폴로그라운즈가 있었다. 여섯 살에 야구를 시작했고, 고교 3학년 때엔 뉴욕시에서 가...
최민규
최민규 님이 만드는
차별화된 콘텐츠, 지금 바로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한국야구학회 이사. 주간지 <스포츠2.0>과 스포츠신문 <굿데이>, <일간스포츠> 등에서 주로 야구, 잠깐 정치 취재를 했다.
86
팔로워 1.8K
팔로잉 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