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호
김성호 인증된 계정 · 좋은 사람 되기
2023/03/31
괄목상대, 눈을 비비고 다시 본다는 표현이 있다. <삼국지연의> 속 오나라 장수 여몽이 노숙에게 “선비가 사흘을 떨어져 있다가 만나게 되면 눈을 비비고 다시 봐야 한다(士別三日, 卽更刮目相待)”고 한 데서 비롯된 말이다. 여몽은 본래 학식이 없고 용맹하기만 한 자로, 오나라 땅의 어리석은 아몽이라고 불릴 정도였다. 그런 그를 불러 손권이 독서를 권장했고, 여몽은 책에 빠져 전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었다고 한다. 그렇게 한참이 흘러 노숙이 여몽을 만나니 그 박학함이 전과를 사람을 달리 보게 하였다. 오하아몽이 이젠 없다는 노숙의 말에 사별삼일이면 괄목상대해야 한다는 <삼국지연의> 속 답은 여몽이란 인물이 새로이 거듭났음을 알리는 명장면이라 하겠다.
   
그러니까 나 또한 괄목상대한 것이다. 간만에 만난 친구녀석이 “잠깐만”하고 말하더니 몇걸음 뒤로 돌아가 바닥으로 허리를 굽혔다. 그가 주워든 건 휴지로 아무리 다시 보아도 휴지쪼가리일 뿐 다른 무엇이 아니었다. “뭐하는 거야?”하고 묻자 그가 답했다. “휴지 줍잖아.” 그거야 나도 알지만 놀랄 밖에 없는 것이다. 나는 그가 늙어 죽기 전까지 휴지를 줍는 모습을 보리라곤 상상한 적 없는 것이다. 그것이 제 사무실이나 집 바닥이라고 할지라도. 평소에 길바닥에 쓰레기 버리는 걸 당연하다 여기는 녀석이다. 다른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이걸 고칠 수는 없으리라고 나는 수차례 지적하다 마침내 포기한 지 오래였다. 그런데 누가 총을 겨누지도 않았는데 이 자식이 쓰레기를 줍다니 말이다. 나는 눈을 비비고 그를 다시 보았던 것이다.
   
“오타니 모르냐?”
   
그의 입에서 나온 건 뜻밖의 이름이었다. 정말 사별삼일이면 괄목상대 해야 한다고 감탄하는 내게 그는 일본 야구선수 이야기를 꺼냈다. 물론 모를 수는 없는 이름이다. 야구계 월드컵이라 해도 좋을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만화보다 더 만화 같은 승부를 연출한 주인공이 아닌가. 결승전에서 메이저리그 최고의 타자 트라웃을 삼진으로 잡아낸 장면이며, 라커룸에서 동료들을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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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 서평가, 작가, 전직 기자. 저널리즘 에세이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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