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크스가 생각했던 이상향과 현실사회주의 간의 어떤 간극이 존재한다 할지라도, 그리고 그 모든 정치적 실천들을 마르크스 개인으로 소급해 논의하는 게 부당하다 할지라도 현실사회주의의 실패를 우회하거나 피해갈 수는 없다. 아도르노가 "아우슈비츠 이후에 시를 쓰는 것은 야만적"이라 했던 바로 그 의미에서 "1991년 이후에 맑스주의를 따르는 건 야만적"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여기에 덧붙여야 하는 말은 아도르노는 시를 쓰지 말라거나 모든 예술을 하지 말라는 의미에서 그렇게 말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어떻게 이렇게나 많은 이들이 희생되었는데도 여전히 맑스주의를 믿을 수 있지요?" 같은 질문은 정직하지만 바보같은 것이다.
어쩌면 모든 맑시스트들은 이 시점에서 마치 레닌이 그러했던 것처럼, 그리고 에릭 홉스봄이 그랬듯이 공리주의자가 될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부르주아 제국주의 전쟁이 1천만명을 학살하고 있을 때, 그걸 막기 위해 들고 일어선 우리 볼셰비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