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어놓고 말해보자면] 러시아 혁명의 실패가 곧 맑스주의의 실패일까?

자기 자식을 잡아먹는 크로노스를 그린 고야의 사투르누스, 출처 : https://post.naver.com/viewer/postView.naver?volumeNo=18584887&memberNo=37991573
마르크스가 생각했던 이상향과 현실사회주의 간의 어떤 간극이 존재한다 할지라도, 그리고 그 모든 정치적 실천들을 마르크스 개인으로 소급해 논의하는 게 부당하다 할지라도 현실사회주의의 실패를 우회하거나 피해갈 수는 없다. 아도르노가 "아우슈비츠 이후에 시를 쓰는 것은 야만적"이라 했던 바로 그 의미에서 "1991년 이후에 맑스주의를 따르는 건 야만적"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여기에 덧붙여야 하는 말은 아도르노는 시를 쓰지 말라거나 모든 예술을 하지 말라는 의미에서 그렇게 말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어떻게 이렇게나 많은 이들이 희생되었는데도 여전히 맑스주의를 믿을 수 있지요?" 같은 질문은 정직하지만 바보같은 것이다.

어쩌면 모든 맑시스트들은 이 시점에서 마치 레닌이 그러했던 것처럼, 그리고 에릭 홉스봄이 그랬듯이 공리주의자가 될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부르주아 제국주의 전쟁이 1천만명을 학살하고 있을 때, 그걸 막기 위해 들고 일어선 우리 볼셰비키가 고작 수십만명을 죽였다고 비난한다니!", "만약 그 시점에서 소련이 나치즘을 막지 못했더라면, 그리하여 나치즘이 승리했더라면 아마 여러분 대다수는 이 자리에 없었을 것입니다. 소련이 감당해야 했던 희생은 무지막지했지만 우리 모두는 그 덕에 지금까지 살아있습니다." 등등. 인간의 목숨을 수량적으로 판별하며 단지 안티테제로서만 그 존재가치를 주장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지젝이 주장했듯이 1945년 이후의 냉전을 떠받쳤던 파시즘에 대한 부정, 좌우 모두가 공유했던, 이 1991년 소련패망 이후 점점 형해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더군다나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서 학살을 자행하고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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