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하루를 살고 일 년을 사는 일은 절로 되지 않는다. 한 개인이 일상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밥을 짓고, 식사를 치우고, 화장실에 다녀오고 쓰레기를 비우는 일이 필요하다. 대개는 의식을 하지도 못한 채 스스로를 위해 이런 일을 해낸다. 그러다 병이 찾아오면, 사람이 늘 일인분만큼 역할을 하고 나를 책임질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된다. 이런 순간에 우리에겐 돌봄이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아직 간병과 돌봄의 책임을 개인에게 많이 맡기고 있다. 그리고 특별히, 젊은 만성질환자들은 다른 영역에서 그러하듯 돌봄의 영역에서도 언급조차 드문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인생을 긴 단위로 쪼개어본다. 앓는 병의 특성에 더한 개인적 특질들로 나는 몇 년 간 버겁게라도 일상생활을 하며 지내고 나면 몇 년은 꼼짝도 못하고 앓기를 반복해왔다. 문제는 뒤에 언급한 몇 년이 문자 그대로 ‘꼼짝도 못하는’때가 대부분인 시기라는 점이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런 상황에서도 생명은 지속된다. 그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