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도 없이 혼곤한 잠에 빠져 있다가 문득 어떤 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 아니, 은근한 비명이라고 해야 하나? 그것은 사람의 것은 아니었고, 고양이나 개의 소리도 아니었다. 나는 깜깜한 어둠 속에서 이불 속에 누워 잠시 그 소리의 정체를 고민하다가 다시 잠이 들었다. 기나긴 비행 끝에 도착한 영국의 낯익은 방(천사 같은 L 언니의 배려로 10년 전 살았던 방에서 다시 머물게 됐다)에서 나는 평소의 불면증이 무색하게 타르처럼 검고 끈적끈적한 잠 속으로 가라앉았다.
아침에 일어나 크로아상과 로켓(아르굴라)라는 이름도 생소한 허브와 갖가지 채소로 L 언니가 아름답게 차려준 아침을 황송한 마음으로 먹으며 언니에게 물었다. 간밤에 이상한 소리를 들었는데 그게 뭐였냐고? 알고 보니 그건 여우 소리였다. 여우가 짝짓기하느라 서로에게 구애할 때 내는 소리라고. 아...
문득 어렸을 때 시골 집에서 키웠던 고양이가 떠올랐다. 그 미모가 어찌나 찬란하던지 밤마다 온갖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