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리 감독의 <다음 소희>를 관람했다. 이 영화는 2017년 LG유플러스 전주고객센터에서 일하던 특성화고 실습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주인공 김소희(김시은 분)는 현장실습 제도를 통해 콜센터에 취업한다. 면접을 보고 온 날, 한 살 선배인 태준의 직장에 찾아가 “그래도 나 이제 사무직 여직원이다?”라고 씩씩하게 말한다.
하지만 콜센터 노동은 생각했던 그 ‘사무직’이 아니었다. 직원이 370명인데, 1년 안에 327명이 관두고 314명이 다시 들어오는 회사다. 작은 사무실 안의 풍경은 양계장과 다름없다. 수십 명이 촘촘하게 앉아 쉴 틈 없이 전화를 받고 있다. 심지어 소희가 해야 할 일은 그냥저냥 전화 받는 일이 아니었다. 인터넷 상품을 해지하려는 고객을 설득해 해지를 막는 일이었다. 이미 마음 떠난 사람 붙잡는 건 그 자체로 고도의 영업행위다. 그걸 고3 학생한테 시켰다.
상품이 마음에 안 들어 해지하겠다는데 자꾸 붙잡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