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이럴 수 있죠? 이번 사람은 정말 믿었는데… 이젠 사람 자체를 못 믿게 될 것 같아요.”
진료실 문을 열고 들어오며, 채 자리에 앉기도 전에 터져 나오는 끝없이 우울한 목소리였다. 2달째 상담을 이어 나가고 있던 P씨는, 이전 연애로부터의 상처가 채 낫기도 전에 또 다시 ‘나쁜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
반복해서 나쁜 사람을 만나게 되는 연애 패턴. 아침드라마나 소설 속에서는 이런 이야기들을 꽤 자주 만난다. 알코올 중독인 남편으로부터 시달리다가 겨우 이혼했는데, 이번 연인 역시 술 문제가 반복되는 상황. 그런데 사실은 그녀의 아버지 또한 알코올 문제가 있었더라…라는 식의 이야기. 정신과 의사가 되기 전에는 주로 ‘참 운 없는 사람이네.’라는 생각이 들었고, 간혹 작가의 억지설정처럼 느껴지기도 했었다. 그런데 요즘의 나는 이런 드라마 같은 이야기들을 눈앞에 앉은 사람들로부터 신기할 정도로 자주 듣는다.
“왜 나쁜 사람만 만나게 되는 걸까요?” 내 질문에 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