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적 연애 - 계속 나쁜 사람만
2024/03/30
“어떻게 이럴 수 있죠? 이번 사람은 정말 믿었는데… 이젠 사람 자체를 못 믿게 될 것 같아요.”
진료실 문을 열고 들어오며, 채 자리에 앉기도 전에 터져 나오는 끝없이 우울한 목소리였다. 2달째 상담을 이어 나가고 있던 P씨는, 이전 연애로부터의 상처가 채 낫기도 전에 또 다시 ‘나쁜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
반복해서 나쁜 사람을 만나게 되는 연애 패턴. 아침드라마나 소설 속에서는 이런 이야기들을 꽤 자주 만난다. 알코올 중독인 남편으로부터 시달리다가 겨우 이혼했는데, 이번 연인 역시 술 문제가 반복되는 상황. 그런데 사실은 그녀의 아버지 또한 알코올 문제가 있었더라…라는 식의 이야기. 정신과 의사가 되기 전에는 주로 ‘참 운 없는 사람이네.’라는 생각이 들었고, 간혹 작가의 억지설정처럼 느껴지기도 했었다. 그런데 요즘의 나는 이런 드라마 같은 이야기들을 눈앞에 앉은 사람들로부터 신기할 정도로 자주 듣는다.
“왜 나쁜 사람만 만나게 되는 걸까요?”
내 질문에 대한 그들의 답변 역시 예전의 내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안 믿었었는데, 운명이라는 게 있나 봐요. 전 정말 운이 없는 것 같아요.”
그럴까? 그냥 운이 없는 걸까? 그렇게 답을 정해버린다면, 우울감으로부터 벗어날 수도 없을 테다. 이 패턴의 정체를 알아채고 끊어 내기 위한 상담의 과정 중에서 자주 발견하게 되는 심리가 있다.
‘반복 강박’
프로이트가 처음 제안한 이 심리는, 괴롭고 고통스러웠던 과거의 상황을 반복하고자 하는 강박적인 충동을 뜻한다. 충동이라고? 지금 너무 아픈 이 상처를, 내가 스스로 선택해서 반복한 것이라고? 당연히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이 반복 강박 ...
유튜브&팟캐스트 채널 '뇌부자들'을 운영하고 있으며, '어쩌다 정신과 의사' 책의 저자입니다. 북팟캐스트 '서담서담'의 멤버이기도 합니다.
저 역시 주변에서 비슷한 사례를 본 적이 있어서 굉장히 흥미롭다고 느끼는 현상입니다. 사회학에서도 revictimization 이라는 용어가 따로 있더군요. 언뜻 생각하면 상당히 반직관적인 현상인데, 또 한편으로는 무슨 상황인지 알 것도 같고 그렇습니다.
저 역시 주변에서 비슷한 사례를 본 적이 있어서 굉장히 흥미롭다고 느끼는 현상입니다. 사회학에서도 revictimization 이라는 용어가 따로 있더군요. 언뜻 생각하면 상당히 반직관적인 현상인데, 또 한편으로는 무슨 상황인지 알 것도 같고 그렇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