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전의 여름이었다. 고향 친구인 N과 나는 방학을 맞아 백두대간 종주를 하고 있었다. 전날 밤에 비가 내린 탓에, 터를 잘 잡아서 텐트를 쳤음에도, 아침에 일어났을 때는 옷뿐만 아니라 온몸이 축축하고 뼈마디가 삐걱댔다. 저녁밥이 눌어붙어 있는 코펠에 물을 끓여 숭늉에 커피 믹스를 타서 친구와 한 잔씩 마셨다. 마침 산안개가 걷히면서 그 맨몸을 보여주는 산을 보면서 친구와 나는 마주 보며 낄낄대며 웃었다. 그 장관을 보면서 우리 둘 다 그렇게 경박스럽게 웃어댔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내 인생의 커피로 빨간색 봉지에 든 커피 믹스가 각인된 것은 그 날이었다. 그 이후로도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 가끔 마셔봤지만, 결과는 언제나 실패였다.
30대에는 차에 심취한 적도 있었다. 언제고 내 차밭을 만들어야지 하는 마음이 있었다. 그러다 여행 중에 들른 차밭에서 나무 아래 떨어진 씨를 주워다 본가 텃밭 한구석에 심었다. 5월이 다 되어도 싹을 틔우지 않다가, 어느 날 아침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