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여느 때와 다름없는 보통의 휴일날이었다. 달력을 뒤져 보니 아마 3월 26일(일요일)이 아닌가 싶다. 아침을 먹고 거실 식탁에 앉아 이것 역시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웹소설 원고를 쓸 준비를 하고 있었다. 비축분이 열흘치 밖에 없기 때문에 매일 1화 분량(5천자) 이상은 반드시 써야 한다. 흔히 말하는 '라이브 집필' 단계에 들어선 것이다.
그런데 식탁이 매우 지저분하다. 의도한 건 아니지만 우리 집은 네 명의 아이들이 모두 거실 식탁에서 공부한다. 식탁은 6인용으로 안쪽과 바깥쪽에 셋 씩 앉을 수 있다. 식사할 때는 좁게 앉아서 먹지만, 공부할 때는 중간 자리는 비워둔다. 앉는 자리도 정해져 있다. 안쪽의 오른쪽은 막내(초등4학년), 그 왼쪽은 셋째(중2), 바깥쪽 오른쪽은 둘째(고1), 그리고 마지막 남은 바깥쪽 왼쪽 자리는 올해 고3인 큰 아이가 앉는다.
일요일은 아이들도 쉰다. 다 놀러 나갔다. 와이프도 없다. 휴일의 경험상 모두 오후 늦게나 돌아올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