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 내면과 구보의 자의식 - 박태원,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오후 2시, 일을 가지지 못한 사람들이 그곳 등의자에 앉아, 차를 마시고 담배를 태우고, 이야기를 하고, 또 레코드를 들었다. 그들은 거의 다 젊은이들이었고, 그리고 그 젊은이들은 그 젊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자기네들은 인생에 피로한 것같이 느꼈다. 그들의 눈은 그 광선이 부족하고 또 불균등한 속에서 쉴 사이 없이 제가각의 우울과 고달픔을 하소연한다. 구보는 담배에 불을 붙이며 자기가 원하는 최대의 욕망은 대체 무엇일까, 하였다. 이시카와 다쿠보쿠는 화롯가에 앉아 곰방대를 닦으며, 참말로 자기가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하였다. 그러나 그것은 있을 듯하면서도 없었다. 혹은, 그럴 게다. 그러나 구태여 말하여, 말할 수 없을 것도 없을 게다. “원거마의 경구 여붕우공 폐지이무감”은 자로의 뜻이요, “좌상객상만 준중주불공”은 공용이 원하는 바였다. 구보는, 저도, 역시, 좋은 벗들과 더불어 그 줄거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