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 내면과 구보의 자의식 - 박태원,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윤지연 · 교사
2023/12/07
구보를 모티프로 하는 전시회의 포스터

개인의 내면과 구보의 자의식 -  박태원,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오후 2시, 일을 가지지 못한 사람들이 그곳 등의자에 앉아, 차를 마시고 담배를 태우고, 이야기를 하고, 또 레코드를 들었다. 그들은 거의 다 젊은이들이었고, 그리고 그 젊은이들은 그 젊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자기네들은 인생에 피로한 것같이 느꼈다. 그들의 눈은 그 광선이 부족하고 또 불균등한 속에서 쉴 사이 없이 제가각의 우울과 고달픔을 하소연한다. 
   
구보는 담배에 불을 붙이며 자기가 원하는 최대의 욕망은 대체 무엇일까, 하였다. 이시카와 다쿠보쿠는 화롯가에 앉아 곰방대를 닦으며, 참말로 자기가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하였다. 그러나 그것은 있을 듯하면서도 없었다. 혹은, 그럴 게다. 그러나 구태여 말하여, 말할 수 없을 것도 없을 게다. “원거마의 경구 여붕우공 폐지이무감”은 자로의 뜻이요, “좌상객상만 준중주불공”은 공용이 원하는 바였다. 구보는, 저도, 역시, 좋은 벗들과 더불어 그 줄거움을 함께하였으면 한다. 
   
한길 위에 사람들은 바쁘게 또 일 있게 오고 갔다. 구보는 포도 위에 서서, 문득, 자기도 창작을 위하여 어디, 예하면 서소문정 방면이라도 답사할까 생각한다. ‘모데르놀로지오(고현학)’를 게을리하기 이미 오래다.
   
구보는 그에게 부디 다방으로 와 주기를 청하고, 그리고 잠깐 또 할 말을 생각하닥, 저편에서 전화를 끊어 버릴 것을 염려하여 당황하게 덧붙여 말했다.
“꼭 좀, 곧 좀, 오-” 

참지 못하고, 구보는 걷기 시작한다. 사실 나는 비겁하였을지도 모른다. 한 여자의 사랑을 완전히 차지하는 것에 행복을 느껴야만 옳았을지도 모른다. 의리라는 것을 생각하고, 비난을 두려워하고 하는, 그러한 모든 것이 도시 남자의 사랑이, 정열이, 부족한 까닭이라, 여자가 울며 탄하였을 때, 그 말은 그 말은, 분명히 옳았다, 옳았다. 
   
갑자기 구보는 실소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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