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이다. 장마가 지나고 나면 덥겠지 라고 항상 예상은 하지만 썩 적응되진 않는다. 작년보다 조금 더 추워지든, 더워지든-대체로 항상 더워지지만-기온차가 많이 나는 겨울을 보내고 나면 덥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게다가 우리 집이 여름을 보내는 방법은 옛날 방식이라고 표현해야할지 모르겠지만 더위를 버텨내는 방식이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정말 쪄 죽을 정도로 덥지 않은 이상, 에어컨은 절대 틀지 않는다. 아마도 전기세가 가장 큰 이유 아니었을까 싶다. 그렇다고 항상 백화점이나 편의점을 찾아 다닌 것도 아니다. 평소처럼 걸을만한 거리는 걸어가고, 기다릴 일이 있으면 서서 기다리고, 나도 모르는 새에 여름은 여름답게 어느 정도 덥게 지내야지 라는 생각이 박힌 걸까.  그런데도 웃긴 건 가을이나 겨울 즈음이 되면 여름에 있었던 일들이 스멀스멀 올라와 아름다운 장면을 만들어 낸다. 땀을 뻘뻘 흘리며 운동 한 번 해보겠다고 욕지거리를 내 뱉으며 했던 등산도, 유명한 맛집 먹어보겠다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