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는 건물이 아니라 사람이 세운다 천세진(문화비평가, 시인)   도시는 건축물에 의해 일정 부분 정체성을 갖는다. 인간의 문화와 자연환경이 어우러지며 도시마다 특징적인 건축물과 양식을 만들어내는 것이니 당연하다. 에펠탑을 빼고 파리를 말할 수 없고,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을 빼고 뉴욕을 말할 수 없다.  그렇다고 그 건축물들이 도시의 정체성을 모두 상징하는 것은 아니다. 한 도시 안에 존재하는 건축물을 모두 합해도 도시의 정체성에는 큰 공백이 있다. 인간마다의 특유의 정체성이 물질적인 요소(육체)에 모두 들어있지 않듯이 도시도 그렇다.  전주에 산 지 8년째다. 전주는 인구수와 물리적 크기에서 전에 살던 도시의 3분의 1 정도의 규모다. 그 규모를 전주의 모든 영역에 대입할 수는 없다. 어떤 영역은 더 크고, 어떤 영역은 더 작다. 전주는 다른 도시에 비해 문화적 힘이 크다고 말한다. 맞다. 이주를 결심했을 때부터 가진 생각이었고 이후 살아오면서 계속 확인한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