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중반의 프리드리히 니체는 매일 여섯 시간에서 여덟 시간씩 산책했다. 산 위에 해가 걸리기 두 시간 전에 길을 나서, 그림자가 길어지는 오후와 초저녁이 되도록 걷고 또 걸었다. 수첩 한 권을 들고, 햇빛으로부터 눈을 보호해줄 우산을 챙긴 니체는 걸으면서 떠오르는 생각들을 적었다. 그 시절 니체의 글이 다소 두서가 없고 함축적인 격언들로 빼곡히 채워져 있는데, 니체 자신의 말마따나 한 번에 완독하기보다 ‘야금야금’ 맛보도록 쓰인 것은 아마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니체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책을 통해서만 사유하는 존재가 아니다. 우리는 탁 트인 야외에서 걷고 뛰고 오르고, 인적이 드문 산이나 해변에서 춤추며 사유한다. 그런 곳에서는 길이 생각이 된다.”
니체는 특히 산을 좋아했다. 가파른 경사를 힘겹게 오를 때 그의 사유는 고난 앞에서 저항을 뚫고 나아가려 분투하는 존재로서 인간이 기본적으로 처한 곤경에 저절로 이끌렸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행복이란 무엇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