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가 말하는 산책의 철학적 가치

뉴필로소퍼
뉴필로소퍼 인증된 계정 · 일상을 철학하다
2023/01/20
20대 중반의 프리드리히 니체는 매일 여섯 시간에서 여덟 시간씩 산책했다. 산 위에 해가 걸리기 두 시간 전에 길을 나서, 그림자가 길어지는 오후와 초저녁이 되도록 걷고 또 걸었다. 수첩 한 권을 들고, 햇빛으로부터 눈을 보호해줄 우산을 챙긴 니체는 걸으면서 떠오르는 생각들을 적었다. 그 시절 니체의 글이 다소 두서가 없고 함축적인 격언들로 빼곡히 채워져 있는데, 니체 자신의 말마따나 한 번에 완독하기보다 ‘야금야금’ 맛보도록 쓰인 것은 아마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니체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책을 통해서만 사유하는 존재가 아니다. 우리는 탁 트인 야외에서 걷고 뛰고 오르고, 인적이 드문 산이나 해변에서 춤추며 사유한다. 그런 곳에서는 길이 생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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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는 특히 산을 좋아했다. 가파른 경사를 힘겹게 오를 때 그의 사유는 고난 앞에서 저항을 뚫고 나아가려 분투하는 존재로서 인간이 기본적으로 처한 곤경에 저절로 이끌렸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행복이란 무엇인가? 힘이 자라나고, 저항을 끝내 이겨낸 느낌이 바로 행복이다.” 역설적이지만 19세기 말 가장 영향력 있는 사상가 중 하나였던 니체는 여러모로 신체 운동에 집착했다. “최대한 적게 앉아 있으라. 야외에서 자유로이 움직이며 근육을 쓰는 상태에서 태동하지 않은 생각은 무엇도 믿지 말라.”

니체에게 오래 걷기란 나름의 대처 기술이었다. 마치 제왕나비가 날개를 파닥이며 아래 공기에서 날아오르는 것과 같았다. 우리는 땅에 뿌리박힌 나무가 아니다. 우리는 굽히고 점프하고 내달리고 펄쩍 뛸 수 있는 몸통과 그 아래 다리를 달고 태어난 존재들이다.

유명한 생물학자이자 초장거리 마라톤 러너인 베른트 하인리히는 신체 운동, 그중에서도 달리기에 매료되었다. 꿀벌이 비행에 열중하는 이유에 관해 글을 쓰기도 했던 하인리히는 어째서 인간이 달리는지 이해하고 싶었다. 그는 《우리는 왜 달리는가》에서 인간의 생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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