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부터 차례 지내는 것은 조상님에 대한 예의라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 당시 집안의 가장 큰 어른이셨던 큰아버지께서는 일일이 상차림을 다 챙기실 정도로 무척이나 정성을 다하셨다. 마치 정말 돌아가신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오셔서 드시는 밥상을 차리기라도 하는 것처럼 말이다. 나이를 먹게 되자 차례는 전통 의식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차례상에만 머물러 있었던 나의 시선이 차례상 너머의 한 사람을 향하게 되었다. 바로, 사촌 형의 아내인 형수님이었다. 큰 아버지의 맏며느리이기도 한 형수님은 명절에는 그 누구보다 바빴다. 손님 챙기랴 음식 챙기랴 자리에 앉는 법이 없었다. 딱 봐도 제일 고생하는데 정작 큰아버지는 형수님에게 너무나도 차가웠다. 고생했다는 말은커녕, 상차림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호통을 치기 일쑤였다. 이미 돌아가신 조상에 대해서는 그렇게 예의 있으신 분이 정작 살아있는 며느리에게는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시지 않으셨다. 그 때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