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희봉 선생님 안녕히.배우는 천의 얼굴을 가졌다 하지만 사실 정말로 천의 얼굴을 가진 사람은 드물 겁니다. 자리가 사람 만든다지만 배역이 배우를 만들지는 못합니다. 예상을 뛰어넘는 악역은 있고 가장 그럴듯하게 어울리는 진중한 역할도 있지만 웬만한 배우 치고 그 모두를 ‘체화’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 겁니다. 그 드문 가운데 저는 변희봉이라는 배우를 내심 검지 아니면 엄지 손가락으로 꼽고 있었습니다. .
제가 선생님을 처음 뵈었다고 생각한 건 조선왕조 500년 <설중매> 편의 유자광역이었습니다. 덥수룩한 수염을 붙이고 “이 손안에 있소이다.”를 쉰 바리톤으로 내뱉던 모습은 깊이 기억에 남습니다. 실제 유자광이라는 인물은 매우 복잡한 인물이었지요. 서자로 태어났으나 기량과 지모는 출중했고, 살아남기 위하여라기보다는 더 높이 오르기 위하여 수많은 사람을 해한 사람이지만 동시에 엄청난 손가락질을 감당해야 했고, 무오사화의 뒷배이면서도 중종반정의 꾀주머니로 영입(?)됐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