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스듬히 누워서 책을 읽고 있는데 어떤 대목에 다다라서 자세를 바로잡고 앉게 되었다.
“주먹도끼의 손잡이에는 그 도끼로 사냥을 해서 처자식을 벌어먹이던 사내의 손바닥 체온이 남아 있다. 그는 이 손바닥으로 짐승을 때려잡고 아내를 애무했을 터이다.”(<연필로 쓰기>(김훈, 2019), 312쪽)
세계적으로 유명한 구석기 시대 유적인 충청남도 공주 석장리 박물관에 가서 진열된 주먹도끼를 보면서 영감을 받아 쓴 글이다. 글쓴이는 이어서 생각나는 사내들을 나열한다. “짐승의 머리를 치다가 일격이 빗나가서 짐승에게 먹힌 사내들, 하루종일 허탕 치고서 배고픈 처자식들에게 빈손으로 돌아오는 사내들, 비가 오고 또 눈이 와서 나가지 못하고 움막집 안에 웅크리고 앉아서 밖을 내다보고 있는 사내들을 생각했다.”
옛날부터 오늘까지 온통 사내들로 꽉 찬 세상은 글쓴이 혼자 머릿속에서 그려낸 세상이 아니다. 고인류학자도 아닌, 고고학자도 아닌 당대 최고의 작가가 주먹도끼를 보면서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