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화된 신체, 병리화된 존재로서의 여성 - 김초엽, 「로라」
김초엽 소설 「로라」에는 고유수용 감각을 잃고 몸 정체성 통합 장애를 앓고 있는 로라와 그의 애인 진은 서로 사랑하지만, 결코 만날 수 없는 거리감을 형성한다. 진은 거리감을 극복하기 위해 전 세계에서 같은 질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을 조사해서 <잘못된 지도>를 출간했지만, 신체와 의식이 불일치하여 세 번째 팔을 원하는 로라와의 거리감은 끝까지 좁혀지지 않는다. 동일한 시공간에 존재하지만, 작가가 “진이 끝내 이해할 수 없을 로라가, 그곳에 있었다.”(127쪽)라고 결론지을 만큼, 좁혀질 수 없는 두 사람의 거리감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소설에서 로라가 앓고 있는 몸 정체성 통합 장애는 치료를 통해 극복해야하는 대상이다. 사회와 진은 로라를 병리화(pathplogization)하며 사회질서와 규범에서 일탈한 존재로 규정한다. 의료적 틀에서 규정된 병리화는 의료 전문가들이 사회적 소수자들의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