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영원한 나르시스트, 천경자>전을 다녀왔다. 이번 주말, 환한 세상에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벚꽃을 보는게 좋을까, 아니면 어두컴컴한 실내에 전시된 천경자의 그림을 보는 게 좋을까 고민하다 미술관을 선택했다. 가는 길에 이미 지천으로 핀 벚꽃들 뿐만 아니라 서둘러 가지 위로 초록을 만들어가는 나무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었다. 천경자의 그림들 안에는 벚꽃 못지 않게 아름다운 꽃과 뱀과 여인들이 수놓아져 있었다. 거짓말 같은 하루가 그저 좋았다.
20세기 한국 화단의 최고 스타, 천경자(千鏡子, 1924~2015) ‘경자’가 된 ‘옥자’ “화가 천경자는/ 가까이 갈 수도 없고/ 멀리 갈 수도 없고/ 매일 만나다시피 했던 명동 시절이나/ 이십년 넘게/ 만나지 못하는 지금이나/ 거리는 멀어지지도/가까워지지도 않았다// 대담한 의상 걸친/ 그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허기도 탐욕도 아닌 원색을 느낀다.// 어딘지 나른해 뵈지만/ 분명하지 않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