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 있는 자유주의자, 그러나 좀 고약한 예술가” - 천경자

강부원
강부원 인증된 계정 · 잡식성 인문학자
2023/04/01
천경자, <화병이 된 마돈나>(1990)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영원한 나르시스트, 천경자>전을 다녀왔다. 이번 주말, 환한 세상에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벚꽃을 보는게 좋을까, 아니면 어두컴컴한 실내에 전시된 천경자의 그림을 보는 게 좋을까 고민하다 미술관을 선택했다. 가는 길에 이미 지천으로 핀 벚꽃들 뿐만 아니라 서둘러 가지 위로 초록을 만들어가는 나무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었다. 천경자의 그림들 안에는 벚꽃 못지 않게 아름다운 꽃과 뱀과 여인들이 수놓아져 있었다. 거짓말 같은 하루가 그저 좋았다. 

20세기 한국 화단의 최고 스타, 천경자(千鏡子, 1924~2015)
  
‘경자’가 된 ‘옥자’
   
“화가 천경자는/ 가까이 갈 수도 없고/ 멀리 갈 수도 없고/ 매일 만나다시피 했던 명동 시절이나/ 이십년 넘게/ 만나지 못하는 지금이나/ 거리는 멀어지지도/가까워지지도 않았다// 대담한 의상 걸친/ 그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허기도 탐욕도 아닌 원색을 느낀다.// 어딘지 나른해 뵈지만/ 분명하지 않을 때는 없었고/그의 언어를 시적이라 한다면/ 속된 표현 아찔하게 감각적이다.// 마음만큼 행동하는 그는/들쑥날쑥/ 매끄러운 사람들 속에서/ 세월의 찬바람은 더욱 매웠을 것이다.// 꿈은 화폭에 있고/ 시름은 담배에 있고/ 용기 있는 자유주의자/ 정직한 생애/ 그러나/ 그는 좀 고약한 예술가다.” (<천경자를 노래함>, 박경리, 1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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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신문과 오래된 잡지 읽기를 즐기며, 책과 영상을 가리지 않는 잡식성 인문학자입니다.학교와 광장을 구분하지 않고 학생들과 시민들을 만나오고 있습니다. 머리와 몸이 같은 속도로 움직이는 연구자이자 활동가로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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