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가족” 1997년 TV로 송출된 (주) 삼성전자의 광고 문구다. 함박눈이 나리는 저녁, 중년 남성이 회사 근무를 마치고 인근 포장마차에 들른다. 일이 잘 풀리지 않아 한숨만 푹푹 나오던 그때, 삼성 핸드폰으로 전화 한 통이 걸려온다. 스피커 너머로 딸의 활기찬 목소리를 듣는 순간, 남성은 우울감을 털어내고 호쾌하게 웃는다. 광고의 스토리텔링은 시대적 배경과 한국 특유의 가족 신파가 어우러져 메가 히트를 쳤다. 당해 삼성은 브랜드 호감도 1위를 차지하며 명실상부 ‘국민 기업’으로 우뚝 섰다.
그땐 미처 몰랐으리라. IMF 외환위기가 들이닥치면서 전 국민이 패닉에 빠져 허우적거리던 상황이었고, 미래가 없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들이 속출하던 시기였다. 희망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었기에 눈앞에 보이는 신기루가 진짜라고 믿고 싶었을 것이다. 혈연관계 이외에 나를 지켜줄 동아줄을 찾아 헤맸을 것이다. 감히 누가 그 간절함을 비난할 수 있겠는가. 다만 우리는 민주시민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