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냄새> : 삼성에 없는 단 한 가지

신승아
신승아 · 삐딱하고 멜랑콜리한 지구별 시민
2023/11/12

“또 하나의 가족” 1997년 TV로 송출된 (주) 삼성전자의 광고 문구다. 함박눈이 나리는 저녁, 중년 남성이 회사 근무를 마치고 인근 포장마차에 들른다. 일이 잘 풀리지 않아 한숨만 푹푹 나오던 그때, 삼성 핸드폰으로 전화 한 통이 걸려온다. 스피커 너머로 딸의 활기찬 목소리를 듣는 순간, 남성은 우울감을 털어내고 호쾌하게 웃는다. 광고의 스토리텔링은 시대적 배경과 한국 특유의 가족 신파가 어우러져 메가 히트를 쳤다. 당해 삼성은 브랜드 호감도 1위를 차지하며 명실상부 ‘국민 기업’으로 우뚝 섰다.

그땐 미처 몰랐으리라. IMF 외환위기가 들이닥치면서 전 국민이 패닉에 빠져 허우적거리던 상황이었고, 미래가 없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들이 속출하던 시기였다. 희망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었기에 눈앞에 보이는 신기루가 진짜라고 믿고 싶었을 것이다. 혈연관계 이외에 나를 지켜줄 동아줄을 찾아 헤맸을 것이다. 감히 누가 그 간절함을 비난할 수 있겠는가. 다만 우리는 민주시민으로서 조금 더 냉정하게 판단했어야 했다. 삼성은 가족이 아니라 장사꾼이라는 사실을, ‘또 하나의 가족’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가족’이라는 명사가 아니라 ‘또’라는 접속사라는 사실을, 명심했어야 했다.

오늘날 삼성을 초국적 기업으로 도약시킨 일등공신은 노동자와 국민들이다. 하지만 삼성 일가는 필요할 때만 단물을 빨아먹고 국민들의 뒤통수를 후려쳤다. ‘금 모으기 운동’을 통해 대기업 자금줄을 마련하고 있을 때, 삼성은 대대적인 ‘인원 감축’을 감행했다. 당시 공식적인 명예퇴직자만 1,200명으로 집계되었으며, 현장 라인의 노동자들도 인원을 줄이다 보니 작업 과정에 빨간불이 켜졌다. 4명이 하던 일을 2명이 해야 했다. 따라서 노동 강도는 더 강해졌으며 교대 근무 방식도 180도 달라졌다. 노동자들이 하루가 다르게 앓는 소리를 냈지만, 삼성은 ‘무노조 경영 신화’라는 기괴한 워딩을 내세워 직원들의 입막음을 했다.

삼성은 마치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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